[신앙과 지혜] 역사 앞에 배은망덕한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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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은 주일과 삼일절이 겹친 매우 의미있는 날이었다. 기독교 계통의 5개 TV 채널은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 종일 대형 교회들의 예배와 설교 방송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러한 가운데 불교 TV 방송(BTN)은 삼일운동 특집을 방영하며 민족대표 33인 중 하나였던 백용성(白龍城) 스님을 집중 조명해 영웅화했다. 방송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그의 올곧은 민족정신과 독립투사로서의 면모를 다양한 자료와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리며 호국불교로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백용성 스님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남강 이승훈(李昇薰) 선생을 만난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 이승훈이 한글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백용성은 당시까지 한문으로만 되어 있던 불교 경전의 한계를 뼈저리게 반성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화엄경 80권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해 ‘조선글화엄경’을 간행했다. 

역사적 사실을 냉정하게 짚어보자면, 사실 삼일운동 당시 불교의 공헌은 그리 크지 않다. 삼일운동의 주역이 기독교라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며,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측 역시 기독교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이 생명을 내걸고 삼일운동을 주도했기에 일제는 물러갔고 교회는 보존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교회는 마땅히 삼일운동을 기억해야 한다. 신앙 선배들에 대한 추모와 기념은 후손된 자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마땅한 도리다. 그러나 주일이 삼일절 당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교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삼일절 정신을 철저히 외면하고 홀대했다. 

기독교 관련 TV의 설교 방송은 대부분 교회가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사서 방영하는 구조다. 그날 하루만이라도 판에 박힌 설교 방송 대신 삼일절 정신을 기리거나, 민족 대표였던 길선주 목사나 이승훈 장로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국에 요청해서 내보낸 교회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광림교회가 예배 말미에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애국가를 제창한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을 뿐, 예배 전체를 삼일운동의 의미에 집중해 진행한 교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역사의식이 결여된 한국교회는 결국 역사 속에서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 역사 앞에 고마움을 모르는 한국교회를 보며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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