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수축시대를 벗어나는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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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사회는 문명이 파괴되고 인구가 급감하는 수축시대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함대가 호주에 도착한 1788년에 75~100만 명에 달하던 원주민이 1920~30년대에 6~7만 명으로 급감했다고 추산했다. 1971년 최초로 원주민을 포함해서 실시한 인구 주택 총조사는 원주민을 11만 5천953명으로 집계했다. 이 통계는 내륙 깊숙한 곳에 살아 누락되거나 차별을 우려해 숨긴 이들 때문에 실제보다 다소 적은 수였지만, 호주 정부 최초의 공식 집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헨리 레이놀즈(Henry Reynolds) 교수는 이러한 원주민 인구의 대수축이 자연 소멸이 아니라 백인의 이기적인 영토 팽창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원주민은 불과 한 세기 반 만에 인구의 85~90%가 절멸했다. 그 결과 부족 사회가 해체되고, 언어와 문화는 단절되었다. 

대표적인 원인은 질병, 학살, 생활공간 축소 등 세 가지이다. 백인들과 함께 들어온 질병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했다. 천연두, 인플루엔자, 홍역, 결핵, 성병 등의 질병에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 사회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레이놀즈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백인 군대, 기마경찰대, 민병대의 총칼에 숨진 원주민이 2~3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원주민의 저항으로 사망한 백인은 약 2~3천 명이었다. 원주민이 10배가 넘는 압도적인 비율로 희생되고, 폭력과 파괴의 공포로 공동체가 크게 위축되었다. 

백인들이 양과 소를 방목하기 위해서 기름진 땅과 물줄기를 차지하면서 원주민들은 삶의 공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극심한 기아와 영양실조, 그리고 심리적인 절망감에 시달리면서 출산율도 감소했다. 

1970년대 이후 호주 원주민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2021년 8월 10일에 실시한 가장 최근의 호주 인구 주택 총조사는 원주민(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을 81만 2천728명으로 집계했다. 호주 전체 인구 2천542만 2천788명의 3.2%이다. 

1971년 당시 총인구 1천275만 5천638명의 0.9%를 차지하던 원주민이 50년 만에 전체 인구가 약 2배 성장하는 동안 7배가량 성장했다. 원주민 공동체가 호주 사회의 일원으로 대등하게 생활하며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기까지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지난 반 세기 동안 보여준 회복탄력성은 놀랍다. 

호주 원주민 사회가 수축시대를 벗어나는 탁월한 회복탄력성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백인들의 억압으로 무너진 원주민 공동체가 스스로 정체성을 회복하고 언어와 문화를 복원하며 인구를 회복한 것이 근본 동력이다. 순수 혈통 원주민은 소수이지만, 백인 혼혈 후손도 억압 속에서 자긍심을 회복했다. 차별과 불이익 때문에 원주민 후손이라는 사실을 숨기던 이들도, 원주민 권리 운동이 확산되고 자긍심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원주민 후손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그 배경에는 원주민과 백인 사회의 인식 전환과 호주 정부와 사회의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교육 보건 의료 환경 개선이 끼친 영향도 컸다.

한국 사회나 한국교회는 수축시대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인구와 교인 감소 추세가 호주 원주민의 경우처럼 한 세기가 넘도록 지속될까? 호주 원주민 공동체가 140여 년의 수축시대를 극복하고 반 세기 만에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호주 원주민 공동체의 사례를 좀 더 파헤쳐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본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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