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참정권 논란이 뉴스기사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성경은 이 혼란한 세상살이 속에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히브리어 “츠다카(צדקה)”와 “미쉬파트(משפט)”이다.
즉, ‘츠다카’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의로움(rightness)이며, ‘미쉬파트’는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는 공정한 판단과 사회적 정의이다. 이 두 개념은 단순한 윤리적 덕목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구성하는 핵심 질서이며, 신앙인의 삶 속에서 반드시 구현되어야 할 실천적 가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정의를 말하지만, 그 정의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성경은 이러한 시대를 향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미쉬파트는 ‘하한선이며 외적 기준’이다.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정의이며, 사회적·법적·공적 기준이다. 다시 말해, 하지 않으면 죄가 되는 영역이다. 성경은 이를 명확히 선언한다. “정의를 행하며…”(미 6:8)
여기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미쉬파트는 ‘안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정하지 않는 것, 약자를 억압하지 않는 것,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그래서 미쉬파트는 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바닥, 곧 하한선인 것이다. 소방의 현장활동에서 이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구조해야 할 상황에서 구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미쉬파트의 붕괴이다. 공정하지 않은 판단 역시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미쉬파트는 재난과 같은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정의이며, 생명 보호의 기본 질서이다.
반면 츠다카는 ‘상한선이며 내적 기준’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의로움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적극적인 선함과 사랑이다.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삶, 곧 더 높은 차원의 부르심이다. 츠다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돕는 것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고, 보상 없이 베푸는 헌신이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이다. 소방의 관점에서 보면 츠다카는 더욱 선명해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 생명을 끝까지 살리려는 태도, 매뉴얼을 넘어서는 헌신은 규정이 아니라 소명이다.
재난현장지휘관으로서 소방대원의 고립의 상황에서 즉각적인 동료구출작전을 수행하는 RIT훈련을 총괄지휘하며 이런 마음을 깨달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방은 직업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사명이 된다.
성경은 이 두 가지를 결코 분리하지 않는다. 미쉬파트 없는 츠다카는 위선이 되고, 츠다카 없는 미쉬파트는 냉혹함이 된다. 미쉬파트만 존재하는 사회는 법은 있으나 사랑이 없는 차가운 공동체가 되고, 츠다카만 강조하는 사회는 기준 없는 감정주의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항상 두 개를 함께 말씀한다.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며…”(미 6:8)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미쉬파트는 무너지지 않게 하는 기준이고, 츠다카는 하나님 나라로 끌어올리는 힘이다.
이 진리는 아모스 선지자의 외침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드러난다.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여기서 물은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이며, 강은 풍성함과 지속성을 의미한다. 즉, 미쉬파트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츠다카는 끊임없이 흘러넘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야 61장 4~11절은 무너진 곳을 다시 세우고 황폐한 성읍을 회복하는 하나님의 사명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세상 속의 제사장으로 부르시며 정의와 공의를 통해 무너진 세상을 회복하게 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나는 정의를 사랑한다”(사 61:8)고 선언하신다.
결국 우리는 모두 무너진 세상을 다시 세우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미쉬파트로 사회를 지탱하게 하시고, 츠다카로 세상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이끌어 가게 하신다. 법과 원칙, 질서와 책임은 공동체를 지키는 기초가 되며, 사랑과 헌신, 긍휼과 섬김은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게 세워간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정의와 공의를 함께 실천해야 한다. 최소한을 지키는 미쉬파트 위에 최대한을 살아내는 츠다카가 흘러야 한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정의를 행하라. 사랑을 실천하라. 그리고 무너진 세상을 다시 세우라.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성도의 삶이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