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현충일. 국가원로회의 임원들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끝없이 이어진 하얀 묘비 앞에 걸음을 멈췄다. 5만5천여 분이 잠들어 있는 묘비들. 스물한 살 스물세 살. 이름보다 먼저 나이가 눈에 들어온다. 꽃도 피워 보지 못한 채 산화한 청춘들이다. 묘비를 바라보다 끝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문득 미국의 ‘아너 플라이트(Honor Flight)’가 떠올랐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워싱턴 D/C기념비로 모시는 명예의 비행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기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객실에 울려 퍼진다. “승객 여러분, 오늘 우리 비행기에는 아주 특별한 영웅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에 참여한 참전용사들입니다. 이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고 우리가 있습니다.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승객이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노병들에게 다가가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백발의 노병들의 짙게 패인 주름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비 앞에서 한 노병은 전우의 이름을 손끝으로 더듬다 멈추고 끝내 오열한다. 20살에 한국전에서 함께 뒹굴고 함께 싸우다 전사한 전우의 이름이다. 그는 끝내 무너졌다. 말없이 비석에 얼굴을 기댄 채 흐느껴 운다. 70년이 흘러도 전우는 가슴에서 한 번도 잊힌 적이 없었던 것이다.
70여 년 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세계 22개국이 우리를 도왔다. 4만 명이 넘는 유엔군이 목숨을 바쳤다. 그중 90%가 미군 전사자이다. 3만6천574명이 이름 모를 한국의 산하에서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우리 국군과 학도병들도 책 대신 총을 들고 처절하게 조국을 지켰다. 그들이 남긴 것은 무덤이 아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오늘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예배하고,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이 모두 그들의 희생이 남긴 선물이다. 현충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호국 선열과 영령을 추모하는 날이다. 감사와 은혜를 기억하는 날이다.
나라를 위해 한 번도 울어 보지 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웅을 잊은 나라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현충일에는 태극기 앞에 다 같이 잠시 서 고개를 숙이자. 그리고 조용히 고백하자.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노라.” “선진 조국이 되어 열방을 품고 섬기겠노라.”
그 한마디가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에게 바치는 가장 큰 감사이고 헌사가 되리라.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