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이후, 제단 앞에 엎드려 부르짖던 기도가 있었습니다. “주여, 저를 사용하여 주옵소서. 서른 살쯤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해 이 사명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하나님은 철부지 신학생의 세미한 신음에도 응답하셨습니다. 정확히 그 무렵 상가 지하에 교회를 개척하게 하신 것입니다.
첫 예배를 드리던 날,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어 가장 정확한 때에 길을 여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목도하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힘든 시대에 맨땅에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 말했습니다. 세상의 눈에는 대책 없는 도박처럼 보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 개척은 무모함이 아니라 당연한 순종이자 사명입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 1:18) 하신 바울의 고백처럼, 당시 개척은 하나님의 능력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은혜의 첫걸음이었습니다. 맨몸, 맨손뿐이었지만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며 나아갔습니다.
교회는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지하 30평에서 지상 2층까지 추가로 임대해 처소를 확장하게 되었으니, 하나님의 전적인 돌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건물주이자 동역자였던 집사님의 사업이 부도나는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사회 경험이 없던 저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최소한의 장치도 몰랐습니다. 믿음으로 신뢰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 확정일자조차 받지 않았던 저의 무지로, 성도들의 피땀 어린 임대보증금을 한순간에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깊은 자책 속에서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갔습니다. “주님, 제가 미련했습니다. 법보다 기도로 하나님께 먼저 묻지 못했음을 회개합니다.” 기가 막힌 형편이었지만 성도들은 누구도 부족한 목사를 탓하지 않고 함께 눈물로 기도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은 성도들의 마음을 만지사 누구도 시험에 들지 않게 하셨고 온 교회가 한마음으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누군가는 미련하게 당한 실패요, 쫓겨난 피난길이라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고난의 광야는 성도와 목회자가 기도로 하나되게 하신 하나님의 숨겨진 축복이었습니다. 어린 종의 기도를 들으시고 모진 바람 속에서도 교회를 정금같이 빚어가시는 손길을 보며 날마다 터져 나오는 고백이 있습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 3:5).
오늘도 목양의 길을 걸으며, 내 짧은 계획이 무너지는 자리를 마주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여전히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외쳐봅니다. “내 생각은 틀릴지라도, 하나님은 언제나 옳습니다.”
배성찬 목사
<순천 행복한우리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