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새로운 제도가 학교 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시행 첫해를 지나면서 과목 개설과 교원 수급, 복잡한 시간표 편성, 진로․학업 설계 지도 등 당초 예상했던 어려움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기독교학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반적인 학사 운영의 부담을 넘어, 학교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을 구현해 온 종교 수업과 채플까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규정의 변화로만 여겨졌던 문제가 이제 실제 교육과정 편성과 수업 운영의 문제로 나타나면서, 기독교학교 현장에서는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계속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고교학점제와 기독교학교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이 같은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마다 재능과 적성이 다른 만큼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학생을 자기 배움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모든 학교를 똑같은 모습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생긴다. 기독교학교는 단순히 기독교인이 많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다. 분명한 기독교 정신과 교육철학에 따라 설립된 학교다. 그런데 현행 고교학점제는 기독교학교의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 수업을 운영하는 일반학교와 거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기독교 관련 수업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종교 수업을 전 학년에 걸쳐 최대 6학기까지 개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종교 관련 과목을 사실상 1학기만 개설할 수 있어 수업 기회가 6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창의적 체험활동 역시 24시수에서 16시수로 줄어들면서, 학교가 매주 또는 격주로 운영해 온 채플도 안정적으로 편성하기 어려워졌다.
이것은 단순히 수업 한 과목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학교에서 종교 수업과 채플은 학교의 선학이념을 교육 속에서 실현하는 핵심 중 핵심이다. 기독교학교는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정직과 책임, 사랑과 섬김,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게 한다. 이러한 교육은 기독교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종교 수업을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과목으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로 취급한다. 더욱이 종교 과목을 개설할 때에는 다른 교과에는 적용하지 않는 ‘복수 과목 편성’을 의무화한다.
종교 수업의 개설 시수를 줄이는 동시에 반드시 대체 과목까지 함께 열도록 요구함으로써, 기독교학교의 종교교육에 사실상 이중의 제한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함승수 교수
<명지대학교,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동안교회 협동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