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말씀이 등불 되어 걷는 목양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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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목양의 길을 끝까지 걷게 하는 것은 열정도, 경험도, 능력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의 걸음을 비추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시편 기자의 고백,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는 지난 20여 년에 가까운 목회 여정 속에서 제 삶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준 말씀입니다.

처음 목사 안수를 받던 날에는 하나님께 쓰임 받는 목회자가 되는 것 외에 다른 소원이 없었습니다. 두 번의 교회를 개척 후 현재 한 교회를 섬기며 쉼 없이 달려왔지만, 돌아보면 감사와 함께 적지 않은 아쉬움도 남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평생 목양의 길을 걸어오신 선배 목회자들과 묵묵히 교회를 지켜오신 장로님들의 뒷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분들의 삶은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무거운 것인지를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목회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개척의 시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고, 기도의 응답보다 하나님의 침묵이 더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은 하나님께서 외면하신 시간이 아니라 빚으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는 욥의 고백은 어느새 제 목회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이 길을 혼자 걷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병상에서 고통을 견디면서도 “목사님, 말씀 붙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말하던 성도, 새벽기도를 마친 뒤 말없이 예배당을 청소하시던 권사님, 자녀와 손자를 위해 본당에서 눈물로 기도하던 부모의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고, 말씀을 전하러 섰다가 먼저 제 자신이 말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목양은 목회자가 누군가를 이끌어 가는 일이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말씀을 따라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목회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도 삶의 길에서 성공보다 방향을 먼저 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를 붙드는 것은 화려한 방법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누구를 의지하며 걸어가고 있는가 하는 믿음의 문제입니다. 세상이 변하고 삶의 환경이 달라져도 하나님의 말씀은 여전히 우리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며,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믿음의 사람들을 비추는 빛입니다.

오늘도 저는 다시 목양의 언덕을 오릅니다. 내일 어떤 바람을 만나게 될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믿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말씀으로 우리의 걸음을 비추시며 앞서 걸어가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말씀이 비추는 한 걸음을 내딛으며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배성찬 목사

<순천 행복한우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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