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노회 안남시찰 12개 교회, 붕어빵·칼갈이·방역으로 주민 삶 속 찾아가
교회가 먼저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경안노회 안남시찰 12개 교회는 매주 토요일 마을회관과 들판, 가정을 찾아 붕어빵과 칼갈이, 방역봉사를 펼치며 주민들을 섬기고 있다. 교회 안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시작된 이 연합사역은 농촌교회의 생명 목회 실천 사례가 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경안노회 안남시찰에 속한 농촌교회 한 곳의 마당이 분주해진다. 목회자와 사모들은 앞치마와 작업복을 갖춰 입고 붕어빵 기계와 칼갈이 장비, 방역기를 꺼낸다.
주일예배 준비로 가장 바쁜 시간이지만 이들에게 토요일은 마을 주민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목회 현장이다.
안남시찰 12개 교회 목회자 10명과 전도사 2명, 사모 4명은 매주 토요일 교회와 마을을 순회하며 붕어빵 굽기와 칼갈이, 마을 방역, 가정 방문 전도를 펼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주민들을 기다리지 않고 마을회관과 가정, 농사일이 한창인 들판까지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삶을 살피고 복음을 전한다.
지난 2025년 2월 1일 동트는교회에서 시작된 이 사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교회들이 개교회의 한계를 넘어 지역을 함께 섬기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처음에는 낯설고 조심스러웠지만 지금까지 참여 교회를 네 차례가량 순회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교회로 오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야”
사역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주민들에게 교회로 나오라고 권하기 전에 교회가 먼저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사역을 이끌고 있는 경안노회 부노회장 김상효 목사는 “교회로 오시라고 하면 잘 오지 않지만 마을회관에 가면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회관에는 토요일 아침부터 목회자들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모인다. 목회자와 사모들은 갓 구운 붕어빵을 함께 나누며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전도지를 전하고 천국의 소망과 복음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마을 규모가 큰 곳에서는 전도팀을 두세 팀으로 나눠 가정을 빠짐없이 방문한다. 붕어빵 두 개와 음료, 전도지를 봉지에 담아 전달하며 집을 비운 주민에게는 문 앞에 걸어둔다. 농번기에는 논과 밭으로 찾아가 일하는 주민들에게 붕어빵과 음료를 건네며 잠시 쉴 수 있도록 돕는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빠뜨리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과 표정으로 정을 나누며 주민의 한 사람으로 맞이한다.
김상효 목사는 “그동안 교회가 주민들에게 오라고만 했지 정작 찾아가지 못했다”며 “막상 찾아가 보니 주민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회가 왜 이런 일도 하느냐고 놀라면서도 무척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주민의 필요에서 시작된 붕어빵과 칼갈이
붕어빵과 칼갈이, 방역은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마련한 사역이다. 붕어빵은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매개가 되고, 칼갈이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농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칼갈이 현장에는 주방용 칼뿐 아니라 낫과 전지가위, 작두, 농기계 날까지 몰려든다. 많은 날에는 300여 자루에 달하는 칼과 농기구가 접수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여름철에는 행정기관의 차량이 다니기 어려운 좁은 골목과 집 안 구석까지 방역기를 끌고 들어가 해충 방역을 돕는다.
사역에 필요한 장비도 참여자들이 직접 마련했다. 비용을 모아 붕어빵 기계와 칼갈이 기계를 각각 세 대씩구입하고 방역기 한 대를 갖췄다. 일부 장비는 과거 총회 마을목회 관련 공모사업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마련 했지만, 대부분은 목회자들이 자비를 들였다.
주일을 하루 앞둔 토요일 오전을 온전히 내어놓기 위해서는 목회 일정도 달라져야 했다. 이들은 금요일까지 설교와 예배 준비를 마치고 토요일 아침 주민들을 만나러 나선다.
김상효 목사는 “우리에게는 금요일이 토요일”이라며 “몸은 고되지만 주일에 성도들을 맞이하는 마음과 토요일에 주민들을 섬기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주민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영적으로 더 풍성해진다”고 했다.

닫힌 마음 열리고 교회 향한 시선 달라져
교회가 먼저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자 마을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전도지를 받지 않던 주민들도 있었지만, 꾸준히 찾아가 안부를 묻고 필요한 일을 도우면서 이제는 먼저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노란 조끼를 입은 전도팀만 보여도 “또 왔네”, “수고 많다”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이 생겼다. 무더운 날이면 집으로 불러 시원한 물과 커피를 내주고, 땀을 닦아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복음의 열매도 나타나고 있다. 계곡교회에서는 평생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98세 어르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은 후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제는 하루 종일 교회에 머무르며 신앙생활에 기쁨을 누리고 있다. 김상효 목사는 또 다른 일화를 전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목회자들이 한 가정을 방문했다가 몸이 불편해 홀로 누워 있는 어르신을 만났어요. 교회에 가고 싶어도 거동이 어려워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자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런 만남은 목회자들에게 또 다른 고민도 안겨줬다. 교회에 나오고 싶어도 몸이 불편해 올 수 없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돌보고 예배와 연결할 것인지, 농촌교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일부 교회에서는 마을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세 가정에서 다섯 가정가량의 주민이 새롭게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가 폐쇄되거나 통합됐다가 성도들의 요청과 노력으로 다시 문을 연 사례도 있다. 가까운 교회와 통합 한 뒤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했던 어르신들이 “우리 교회는 여기인데 왜 없어졌느냐”며 아쉬워했고, 교회가 복원되자 성도들도 교회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했다.

“당장 거두려 하지 말고 계속 씨를 뿌려야”
안남시찰 전도팀은 매주 사역을 마친 뒤 평가회를 갖는다. 어느 마을의 반응이 좋았는지, 도움이 필요한 주민은 누구인지, 다음에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를 함께 나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자주 확인하는 원칙은 단기간의 성과에 매이지 말자는 것이다.
김상효 목사는 “한두 달 찾아갔는데 한 가정도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고 서로 격려한다”며 “우리는 당장 열매를 거두기보다 복음의 씨앗을 계속 뿌리길 원한다. 지금까지 뿌리지 않았다면 앞으로 거둘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남시찰의 사역은 인근 지역으로도 퍼지고 있다. 청송과 영양 지역 일부 교회들은 수요일마다 비슷한 형태의 전도와 봉사를 시작했다. 안남시찰 전도팀은 참여 교회 순회를 마친 뒤 다른 시찰이나 교회의 신청을 받아 현장을 찾아가 사역 방법을 나누고 함께 봉사하고 있다.
김상효 목사는 “몇 팀이 참여하느냐보다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촌교회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여러 교회가 함께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 사역이 더 많은 교회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안남시찰 12개 교회의 토요 사역은 생명목회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작은 섬김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붕어빵을 건네고 칼을 갈아주며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발걸음은 사람과 사람을 잇고, 교회와 마을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있다. 교회가 주민의 삶 속으로 먼저 들어간 이 작은 실천은 생명목회가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현장이 되고 있다.
/박충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