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엇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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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신뢰 위에 세워지고, 신뢰는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쌓인다. 원칙은 평온할 때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판단이 어려운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세워지기 위해서는 누구나 같은 기준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기준은 사람이나 상황이 아니라 원칙이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공공성을 요구받는 신앙공동체다. 그래서 정직과 공정은 선택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다. 공동체의 신뢰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말보다 실천에서 쌓인다. 원칙이 흔들리면 신뢰도 흔들리고,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체 역시 방향을 잃게 된다.

오늘날 사회는 절차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더욱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교회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원칙이 흔들림 없이 지켜질 때 공동체는 비로소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교회가 세상 앞에서 신뢰를 얻는 길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관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지켜야 할 원칙은 더욱 굳게 세워야 한다. 관행이 원칙을 대신할 수 없으며, 익숙함이 공정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는 힘은 오래된 방식이 아니라 변함없는 원칙에 있다.

더욱이 원칙은 누군가를 제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될 때 공동체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으며, 구성원들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신뢰하게 된다. 반대로 원칙보다 예외가 앞서고, 기준보다 관행이 우선될 때 공동체는 쉽게 혼란과 불신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동체를 오래 지탱하는 힘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에 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신다고 말씀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교회 역시 사람보다 원칙을, 이해관계보다 공의를, 편의보다 정직을 앞세울 때 세상 속에서 더욱 신뢰받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당할 때 공동체는 더욱 성숙해지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나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관행이 아니라 원칙을, 편의가 아니라 정직을,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정을 선택하려는 자세​다. 그 원칙이 살아 있을 때 교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세상 앞에서도 신뢰받는 공동체로 굳게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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