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독대학을 둘러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여자대학교가 기독교 건학이념에 따라 신앙과 전문성을 갖춘 교수를 임용해 온 것을 문제 삼으며, 종교적 자격 요건을 담은 정관과 교원인사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국공립대학과 마찬가지로 교수 임용 과정에서 종교적 건학이념을 배제하라는 취지이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대학이 설립 목적과 건학이념에 따라 교원을 임용할 권한을 부정한 이번 결정은 헌법이 별도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향후 기독대학이 그 정체성에 부합하는 교수를 임용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권고는 우리에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기독대학은 과연 안전한가?

▣ 기독교 여성교육 위해 세워진 서울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의 역사는 한국교회의 여성교육에 대한 비전에서 출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23년 제12회 총회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여자대학 설립을 결의했고, 해방 이후 학교법인 정의학원이 인가를 받아 1961년 서울여자대학이 문을 열었다.
서울여자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에 기초해 인격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적 사명으로 삼고 있다. 초대 학장 고황경 박사가 시작한 생활교육 역시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적 인격과 책임을 훈련하는 교육이었다. 이처럼 서울여자대학교의 건학이념은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교수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수를 선발해 온 대학의 인사 원칙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권고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서울여자대학교는 사실상 국공립대학과 다름없이 기독교 건학이념을 교수 임용에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교원, 건학이념 구현하는 핵심 주체
대학의 건학이념은 정관이나 대학 헌장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 이념을 이해하고 찬동하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교육과 연구, 대학 운영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기독대학에 있어 교수는 강의실에서 전공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경적 진리 위에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의 학업과 진로를 지도한다. 또한 기독교 건학이념을 토대로 대학의 정책과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기독대학은 교수의 연구 실적과 강의 능력뿐 아니라 건학이념에 대한 이해와 찬동 여부도 반드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을 임용 요건으로 정하는 것은 교수의 전문성을 성경적 기준 위에서 발휘하고, 대학의 설립 목적을 함께 구현해 나갈 사람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교원은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이다. 그러므로 기독대학의 교수 임용 자율성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예외가 아니라 대학의 정체성과 존립을 위해 폭넓게 보장되어야 할 본질적인 권리이다.
함승수 교수
<명지대학교,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동안교회 협동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