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함께 행복한 시간] 빌레몬서: 믿음은 하나님 때문에 다른 태도를 선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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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몬서 1:8~21 짧지만 긴 여운

신약성경 가운데 가장 짧은 서신서 중 하나인 빌레몬서는 바울의 마지막 개인 서신으로, 단 25절 안에 복음의 깊이를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바울은 감옥에서 만난 도망친 종 오네시모를 그의 주인이자 바울의 동역자인 빌레몬에게 돌려 보내며, 오네시모를 종이 아닌 형제로 받아줄 것을 간청합니다. 이 서신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회복을 넘어, 복음이 우리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본보기입니다. 우리는 바울, 오네시모, 빌레몬이라는 세 인물을 통해 ‘하나님 때문에 다른 태도를 선택하는 믿음’의 본질을 마주하게 됩니다.

첫째, 바울 — 권리를 내려놓는 믿음의 지도자

바울은 빌레몬에게 “명할 수도 있으나 도리어 사랑으로 간구한다”고 말합니다(8~9절). 바울은 사도로서 영적 권위와 영향력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위치나 권한을 내세우지 않고, 낮은 자세로 간청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내려놓고 사랑으로 설득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아들이셨음에도 그 권세를 내려놓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깊이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도자는 지시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라는 복음의 원리가 바울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울은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하나님 때문에 당신의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까?”

둘째, 오네시모 — 손해를 감수하고 돌아가는 결단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종이었으나 어떤 이유에서든 도망쳤고, 그 과정에서 주인에게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끼쳤습니다. 그러다 감옥에서 바울을 만나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복음을 믿을때 그의 인생에는 무서운 결단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자신이 도망쳤던 자리,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빌레몬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두려운 선택이었지만, 그는 기꺼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제 그는 ‘하나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다른 태도를 선택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편안함보다 관계의 회복을, 안전보다 용서구함을 선택한 결단은 진정한 믿음의 열매입니다. 우리도 삶의 자리에서 실패를 마주하거나 손해가 예상될 때, 하나님을 바라보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셋째, 빌레몬 — 배신을 넘어 용서로 나아가는 은혜

빌레몬은 바울의 동역자이자 교회의 지도자였으며,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지위가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종 오네시모의 도망과 배신은 큰 상처이자 손해였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오네시모를 돌려보내며 “이제는 종이 아니라 사랑받는 형제로 받아달라”고 요청합니다(16절). 이 요청은 빌레몬에게 결코 쉽지 않은 부탁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공동체 안에서의 영향력과 다른 종들을 대하는 기준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빌레몬은 ‘하나님 때문에’ 오네시모를 품었습니다. 실제로 후일 교회 역사 속에서 오네시모가 신실한 일꾼으로 자라난 기록은, 빌레몬이 이 거룩한 순종의 길을 걸었음을 유추하게 합니다. 용서는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으로 하는 것이며, 그 선택은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먼저 용서하셨다는 은혜 안에서만 가능해집니다.

마무리: 믿음은 다른 선택을 가능케 합니다

바울은 마땅한 권한을 내려놓았고, 오네시모는 손해를 감수하며 돌아갔으며, 빌레몬은 배신을 용서하고 형제로 품었습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님 때문에’ 세상의 일반적인 방식 대신 완전히 새로운 태도를 택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믿음입니다. 우리도 때로는 바울처럼 내 권리를 내려놓아야 하고, 오네시모처럼 용기를 내어 회복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며, 빌레몬처럼 깊은 용서를 선택해야 할 때를 마주합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이 모든 아름다운 순종은 ‘하나님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복음은 입술의 말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며, 그 삶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그 사랑을 의지하며 새로운 태도를 선택하는 복된 하나님의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권오규 목사

<계산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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