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우리 교회 설교말씀은 ‘하나님께서 먼저 다가와 부르시는 사랑’이 주제였는데 큰 은혜를 받았다. 즉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사 55:1) 이다. 오늘 우리는 사회에서 회복의 시대가 아니라 ‘소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 불안, 사회적 갈등, 재난과 사고의 일상화, 관계의 단절, 신앙의 침체 속에서 현대인은 육체적 피로보다 더 깊은 영적 탈진(spiritual burnout)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성공의 능력이 아니라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 곧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절실히 요구받고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 공학적인 용어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고난을 견디는 정신력이 아니다. 즉, 충격과 상처, 실패와 상실 이후에도 다시 본래의 방향성과 존재 의미를 회복해 내는 인간 내면의 복원력(restorative capacity)을 의미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역경 적응 능력(adaptive recovery system)이라 부르며,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인간 존재가 새롭게 재정렬되는 ‘영적 재생력(spiritual resilience)’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사야 55장 1~7절은 바로 이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매우 선명하게 보여주는 말씀이다. 본문은 바벨론 포로기의 절망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포된 하나님의 회복 선언이다. 폐허가 된 공동체, 무너진 신앙, 잃어버린 정체성 속에서 하나님은 먼저 “오라”고 말씀하신다.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회복의 조건으로 능력이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돈 없는 자도 오라”고 초청하신다. 이는 은혜의 무조건성(unconditional grace)을 드러내는 복음적 선언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인간에게 경쟁과 성취를 요구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반대로 은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인간은 성취 때문에 살아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 때문에 회복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은 단순한 외적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한 존재의 회복이다. 본문 2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이 말씀은 오늘의 소비주의 문명과 성과 중심 사회를 향한 강력한 영적 진단이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만 정작 영혼은 더욱 공허해지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마음은 황폐해졌고, 물질은 넘치지만 존재는 흔들리고 있다. 이는 영적 갈증(spiritual thirst)의 문제다. 하나님 없는 인간은 결국 존재론적 결핍(existential deficiency)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질리언스는 자기 확신(self-confidence)이 아니라 하나님 신뢰(God-confidence)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의지에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초월적 회복력을 제공한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은혜의 역동성이다. 특별히 6절과 7절은 회복의 핵심 원리를 제시한다.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돌아오라”이다. 히브리어로 ‘슈브()’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방향 전환과 존재의 귀환을 의미한다. 곧 회개는 죄책감의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 재정렬하는 영적 전환이다. 진정한 회복탄력성은 환경 변화 이전에 영적 방향성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오늘 한국교회 역시 중요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 교회가 세상의 속도와 성공 논리에 함몰될수록 영적 회복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교회는 단순한 성장주의를 넘어, 다시 일어서는 힘과 오래 지탱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은 프로그램이나 기술 이전에 말씀과 은혜, 회개와 순종 위에 세워지는 영적 체질(spiritual constitution)의 문제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국민안전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안전 역시 결국 회복탄력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위기의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공동체는 단순히 시스템이 좋은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고 책임지는 인성과 신뢰의 기반이 살아 있는 공동체이다. 이는 신앙공동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은 화려한 업적 이전에, 지치고 상처 입은 영혼이 하나님께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는 사람을 찾으신다.
회복탄력성의 본질은 강인함이 아니다. 은혜 안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은혜는 오늘도 우리를 향해 말씀하신다.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이 살리라.”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계양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