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이 지난 500년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서양의 우위가 지속될 것인가, 혹은 다른 문명이 서양을 대체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답을 내놓은 역사학자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011년 그의 저서 『시빌라이제이션』에서 서양문명의 성공 요인으로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대량소비, 직업윤리의 6대 요소를 꼽았다.
근대에 들어와 의학이 발전하면서 유아사망률 하락과 평균수명 상승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자유경쟁과 재산권이 보장되면서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어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기초한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대량 소비사회의 문을 열었으며,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개신교 직업윤리가 시장경제를 뒷받침했다.
그 결과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1800년경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의 경제력이 중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서양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서구열강이 식민지를 놓고 서로 충돌하면서 세계는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에 돌입하게 되고 1945년 종전으로 식민지지배는 막을 내렸다. 그때부터 미국이 패권국가로 등장해 지금까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면서 지난 80년간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하나는 동아시아의 급속한 성장이고 또 하나는 서양문명의 뿌리가 된 기독교의 쇠퇴이다.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질서하에서 일본, 한국, 중국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순차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일본이 먼저 고도성장을 이루어 1980년대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으나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남아있다. 한국은 식민지를 경험한 세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첨단 기술국가로 변모했다.
퍼거슨은 2011년 그의 책에서 중국에 관한 놀라운 예언을 내놓았는데, 곧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독교 국가가 될 것이고, 조만간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차이메리카’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으로 교회는 공산당이 주도하는 어용교회로 전락하고 말았고,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먼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서양문명은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서양의 합리주의와 물질문명으로 세속화가 진행되고 기독교가 쇠퇴하면서 성 윤리 붕괴, 가족의 해체, 극심한 개인주의로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권국가 미국이 문화의 힘과 보편적 가치로 세계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오직 군사력에 의존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요즘의 사태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동아시아는 서양의 성공 요소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과학기술을 모두 습득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특유의 윤리적 정신과 가치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서양문명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체주의에 발목 잡혀있는 중국보다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기독교가 뿌리내린 한국의 높은 문화의 힘이 쇠퇴해 가는 서양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