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잿더미 딛고 다시 선 하화교회…마을의 소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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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1개 교회•16개 단체•57명 후원으로 예배당•사택 재건

구로문교회, 성구 일체 후원과 농촌선교로 주민들의 회복 도와

산불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재건된 하화교회 전경.

지난해 3월 경북지역을 덮친 대형 산불로 전소된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경안노회 하화교회(최종복 목사 시무)가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으로 다시 세워졌다. 122년 동안 마을과 함께해 온 교회가 잿더미를 딛고 예배와 섬김의 공간으로 회복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위로와 소망을 전하고 있다.
당시 산불로 하화리 60여 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불탔으며, 1904년 설립 된 하화교회 예배당과 사택도 전소됐다. 주민들은 가족사진과 생활용품을 비롯해 오랜 세월 쌓아온 삶의 흔적까지 한순간에 잃었다. 화재 발생 후 1년 5개월여가 지난 현재 새로운 주거공간이 마련되는 등 물리적인 복구는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
최종복 목사의 사모는 산불 당시를 회상하며 “하화교회 원로장로이기도하신 아버지는 교회가 전소된 모습을 보시고 밤새 눈물을 흘리셨다. 교회 바로 옆에 있던 아버지의 집도 모두 불탔지만, 자신의 집보다 교회가 사라진 것을 더 가슴 아파하셨다”며 “밤낮없이 교회 마당에 나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교회를 바라보며 집보다 교회가 먼저 재건되길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러나 몇달 뒤 소천하셔서 아름답게 재건된 교회의 모습을 보지 못하셨다”고 했다.
하화교회 재건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도 있었다. 교인 수가 많지 않은 농촌교회에 많은 재정을 들여 예배당을 다시 세우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교회 출신 목회자와 성도들은 122년 동안 이어온 복음의 역사를 중단할 수 없다며 건축위원회를 조직하고 재건에 뜻을 모았다.

지난해 3월 25일 화염에 휩싸인 하화교회의 옛모습.

지난해 12월 전임 목사가 은퇴한 뒤 교회 재건과 목회를 맡은 최종복 목사는 안동에서 목회하던 중 하화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접했다. 예배당뿐만 아니라 사택까지 소실돼 후임 목회자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최 목사는 교회 건축과 선교사역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화교회 회복에 헌신하기로 하고 부임했다.
최종복 목사는 “교회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하화교회 출신 목회자와 성도들의 뜻이 확고했다”며 “은퇴하기 전 농촌교회 한 곳을 다시 세우는 일에 헌신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마음으로 자원했다”고 했다.
하화교회는 지난 3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건 공사에 들어가 최근 예배당과 사택 공사를 마무리했다. 본 교단 총회를 비롯해 전국 91개 교회와 노회, 여전도회, 기독교방송 등 16개 단체, 개인후원자 57명이 재건에 힘을 보탰다.
최종복 목사는 “전국 각지의 교회와 성도들이 보내준 기도와 후원이 없었다면 재건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하화교회는 한 교회만의 힘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함께 세운 교회”라고 했다.

구로문교회가 마련한 마을잔치에서 하화교회 최종복 목사가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울 구로문교회는 재건된 하화교회를 처음으로 찾은 국내선교팀으로, 새예배당에서 주민들을 위한 첫 섬김 사역을 펼쳤다. 구로문교회는 코로나19 이후 필리핀과 대만 등 해외선교를 재개 했으며 올해도 해외선교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지 사정으로 해외선교 추진이 어려워진 가운데 하화교회와 연결되면서 국내선교로 방향을 전환했다.
구로문교회 선교부장 허호실 권사는 “지난해 경북지역 산불 소식을 접한 뒤 피해 교회와 주민들을 섬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기도해 왔다”며, “구로문교회 이수자 장로의 동생이 하화교회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곳을 찾은 최종복 목사와 연결되면서 두 교회의 동역이 시작됐다”고 했다.
허호실 권사는 “서로 전혀 알지 못했던 두 교회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연결됐고, 이후 모든 준비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교인들에게 하화교회의 상황을 영상으로 알리고 재건 헌금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헌금이 모여 선교부와 담임목사님도 놀랐다”고 했다.

구로문교회 선교팀이 마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

구로문교회는 성도들이 모은 헌금으로 새 예배당에 필요한 피아노와 강대상, 의자 등 성구를 후원했다.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30여 명으로 선교팀을 구성해 3박 4일 동안 하화교회에 머물며 재건 후 첫 국내선교 사역을 진행했다. 선교팀은 주민들에게 보양식을 대접하고 발 마사지와 머리 염색, 메이크업, 장수사진 촬영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며 산불로 지친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했다.
선교팀 총무 정대원 집사는 하화교회를 찾기 전 두 차례 사전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첫 방문 당시에는 산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교회 부지에는 철골만 세워져 있었다. 6월 두 번째 방문에서는 예배당의 형태가 갖춰져 가는 모습을 확인했으며, 선교팀이 도착하기 직전에는 바닥 공사까지 마무리됐다.
정대원 집사는 “처음 방문했을 때는 산불의 흔적과 교회가 사라진 빈터의 참담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며 “두세 달 뒤 교회가 다시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경험했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이 다시 세워졌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느꼈을 감격을 작은 마음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정대원 집사는 “주민들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은 소박했지만, 선교팀과 함께 온 아이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감동을 받았다”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해외가 아닌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허호실 권사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산불로 집과 물건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해 온 추억까지 잃은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허 권사는 “농촌교회와 산불 피해 주민들이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을 잊지 않고 계속 기도하며 관심과 후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원 집사는 “선교팀은 3박 4일 동안 머물다 돌아가지만, 이곳에는 목사님과 가족, 성도들이 남아 농촌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이번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로문교회와 선교팀의 기도와 헌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구로문교회 선교팀이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

마성환 하화1리 이장은 산불 이후 주택 등 물리적인 복구는 상당 부분 진행 됐지만,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과 주거시설 복구를 통해 새로운 공간에 입주한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일상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화재로 삶의 기억까지 잃어버린 데서 오는 상실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성환 이장은 “집과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가족사진과 자녀들의 어린 시절 사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나 아내의 사진까지 모두 불타버렸다”며 “오랫동안 살아온 공간이 사라지면서 그곳에 담겨 있던 기억까지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주민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 이장은 “새로운 주거공간이 마련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도 많이 회복되고 있다”며 “산불로 전소됐던 하화교회가 다시 세워져 예배를 드리고, 마을주민들을 위해 잔치와 섬김의 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니 이장으로서 기쁘다”고 했다.
하화교회는 새 예배당 완공 이후 현재 임시예배처소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새롭게 단장해 교인뿐만 아니라 모든 마을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을에 주민들이 함께 모일 만한 넓은 장소가 부족한 만큼 이곳을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국내 단기선교팀의 사역 거점, 지역사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공간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마성환 이장은 “목사님께서 현재 임시예배처소로 사용 중인 건물을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마을주민들의 만남의 장이자 국내 단기선교팀이 지역사회를 섬기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로문교회 선교팀이 마을주민에게 마사지 봉사.

최종복 목사는 “교회 십자가의 불빛을 밤새 켜두면 좋겠다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가 다시 세워진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122년 동안 이어온 생명과 복음의 역사를 계승하고, 마을의 아픔을 품으며 주민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했다.
/박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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