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땀 흘려 일군 재산이 치매 앞에 묶이거나 사라진다. 이른바 ‘치매 머니(Dementia Money)’ 문제가 현실이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만 약 180조 원에 달한다. 2050년에는 5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천문학적인 치매 머니의 잠김 현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국가 경제에도 치명타다. 막대한 자본이 장롱과 동결된 계좌에 갇히면서 시장의 자금 순환을 가로막는다. 유동성약화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한마디로 귀중한 사회적 자본이 그대로 사장되어 경제 전반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개인이 겪는 실질적 피해도 뼈아프다. 경기도의 한 어르신은 4천800여만 원을 모아 러닝셔츠에 보관했다가 치매로 잊어버려 쓰레기장에 버려질 뻔했다.
일본에서는 장롱 속 1억 원 상당의 현금을 둔 채 생활고를 겪다 고독사한 사례들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사기 등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이다.
치매 노인이 비밀번호를 잊자 간병인이 6년에 걸쳐 13억 원을 몰래 빼돌린 사건도 있다. 평생 모은 피땀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남의 배를 불리는 눈먼 돈으로 전락한다.
일본은 75세 이상 노인의 금융자산만 1천200조 원대에 달한다. 자금 동결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조부모의 손주 교육비·결혼자금 사전 증여 시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을 주고있다. 신탁은행과 연계한 ‘후견신탁’도 대폭 확대했다. 미국 역시 AI 기술로 노인의 이상 금융 거래를 실시간 감시하며 자산 탈취를 사전 차단한다.
돈은 모아두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제때 올바르게 사용해야 가치가 있다.
건강할 때 나누고 써라. 몸과 마음이 온전할 때 배우자와 누려라. 맛있는 음식 먹고,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여행도 하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말자. 남겨놓는 유산은 의미가 없다.
또한 사전 자산 설계를 마련해야 한다. 성년후견제도나 유언대용신탁도 좋다. 치매안심신탁 등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내가 판단력을 잃더라도 자산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미리 의미 있는 사회적 환원도 좋다. 쌓아둔 채 사장될 돈은 사회에도, 내게도 독이다. 가족과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곳에 쓸 일이다.
가장 불행한 인생은 남길 돈은 많은데 써보지 못한 인생이다. 가장 지혜로운 인생은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누리고 아름답게 비우는 인생이다. 내 재산이 치매 머니가 되어 사장될 뿐만 아니라 내 삶을 삼키는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모아놓은 재산, 남겨진 재산은 내 재산이 아니다. 쓰인 재산, 쓰는 재산만이 내 재산일 뿐이다. 내일 일은 모른다. 분별력과 기억력이 사라지기 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