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교회는 1904년 설립돼 123년의 역사를 이어 온 교회이다. 공식적인 설립 연도는 1904년이지만, 1899년 2월부터 가정집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으니 실제 신앙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오랜 세월 하화교회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며 지역의 희망이 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3월 21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청송까지 번진 뒤 다시 의성으로 향했다. 3월 25일 초속 25m가 넘는 강풍을 타고 거대한 불길이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를 덮쳤다.
당시 하화1리에는 약 60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산불로 절반에 이르는 30여 가구가 전소됐다. 마을 언덕 위에서 123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했던 하화교회도 예배당과 사택을 모두 잃었다.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세상 끝날이 온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좁은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앞산과 뒷산이 동시에 불탔고, 마을의 집들도 곳곳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오후 3시 무렵이었지만 검은 연기가 마을을 뒤덮어 한밤중처럼 어두워졌다. 집을 잃은 주민은 물론 가까스로 집을 지킨 주민들도 깊은 충격과 상처를 입었다.
산불이 지나간 뒤 주민들이 바라본 언덕 위에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던 교회가 사라지고 없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마을의 오랜 상징을 잃은 상실감은 컸다.
교회 재건을 앞두고 고민도 있었다. 성도가 10명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예배당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많은 건축비를 들여 재건하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현실적인 형편만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화교회 출신 성도들을 중심으로 “교회는 반드시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뜻이 모였다. 하화교회는 몇 명의 교인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해 온 신앙의 터전이기 때문이었다. 건축위원회를 조직하고 재건을 추진하자 많은 교회와 단체, 성도들이 기도와 후원으로 동참해 주었다.
건축위원장 마두락 목사와 경안노회 유지재단 이사장 김승학 목사, 세한건설 최은석 대표가 뜻을 모아 건축을 준비했다. 당초 2025년 11월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겨울 공사에 대한 우려로 착공이 미뤄졌다. 그 사이 교회를 섬기던 목사님이 정년으로 은퇴하고, 후임으로 내가 부임하게 됐다.
나는 하화교회 재건이 단순히 예배당 건물 하나를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회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주민들의 기억 속에는 100년 넘게 마을 언덕을 지켜 온 하화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산불로 사라진 교회가 다시 세워지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언덕을 바라볼 때마다 그날의 상처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늘 십자가의 불을 밝히던 교회를 다시 세우는 것은 산불로 무너진 마을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화교회는 잿더미 위에서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최종복 목사
<하화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