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무빈소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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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서양사람들 장례지내는 모습을 보면 우리네의 통상적인 절차와 많이 다르다. 공동묘지에서 하관예식을 치르고 다시 고인의 집으로 돌아와서 유족들과 음식을 나누며 위로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사망하든지 시신을 큰 병원 장례식장의 안치실로 옮기고 그곳의 한 방을 잡아 빈소를 차리고 1-2일 간 친척과 지인들의 문상을 받고 제3일이나 4일에 화장이나 매장을 함으로써 끝맺는다. 

종교의 다름과 무관하게 빈소에서 유가족은 고인을 추모하는 문상객들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듣고 접객실에서 음식을 대접한다. 부의를 받기도 하고 사양하기도 하지만 근조화환에는 제한을 두기 어려워 복도를 채우고 넘치기도 한다. 장례비용의 대부분이 빈소운영에서 발생하는데 서울의 소위 ‘빅5’라고 일컫는 대형병원의 경우 천만 원대가 소요된다고 한다. 

근자에 빈소 차리는 장례절차를 생략하고 병원에서 입관하고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예가 늘어가는 추세인 듯한데 이런 ‘무빈소’ 사례가 반드시 비용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된 이유라면 장수시대가 되어서 80대 후반, 90대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인과 직접 친밀한 사이였던 사람들은 고령으로 문상이 어렵다는 사정이 고려되는 것이고 고인 자손의 친지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뜻도 있다. 직계 가족만 모여 장례를 치른 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사망사실을 친지들에게 전하는 예가 늘어간다. 화장 형식도 납골당 안치에서 수목장이나 자연에 뿌리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교회에 따라서는 장로가 사망하는 경우 병원에서 발인해 교회로 와서 영결예배를 드리고 화장장소로 향하는 예도 있다. 이는 고인 생전에 교회에 끼친 공로와 덕을 교인들이 기리고 감사를 표하는 취지이지만 장로에게만 주어지는 특전같이 보일 수 있기에 마땅치 않게 여기는 분들도 있다. 교회의 총의를 물어 폐지하든지 장로 개개인이 생전에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겠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소망교회 교인의 장례의식은 특이한 면이 있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모범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에 경기도 광주 앵자봉 중턱에 수양관을 지으면서 곽선희 목사님은 7층 건물 정면 좌측에 단을 쌓고 검은 돌로 ‘소망성도의 묘’라는 작은 탑을 세웠다. 그 둘레로 대여섯평 넓이의 자갈밭을 만들어 교인 누구든지 장례 후 분골을 여기에 안장하도록 했다. 안장예배에 참여하는 유가족과 친지들이 화장해 아직 따뜻한 유골을 한줌씩 자갈에 뿌릴 때 고인의 체온을 느끼며 경건한 작별의 순간을 느끼게 된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합동 추모예배를 수양관에서 드리는데 유족인 교인들은 교회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와서 함께 예배에 참가하고 구내 식당에서 애찬을 나눈 후 돌아온다. 

모두 장수의 축복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래 살았으니 장례절차는 간소할수록 더욱 바람직하다. 빈소가 수많은 화환으로 둘러싸이고 문상객이 이틀, 사흘 줄을 잇는 모습은 일부 정치인들이나 지켜가도록 하자.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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