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네팔을 덮친 대홍수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다.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실종되는 참사 앞에서 한국교회도 함께 아파하며 기도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실종자의 무사 귀환과 피해 지역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동시에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재난이 던지는 경고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폭염과 폭우, 홍수와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직접 위협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소비하고 훼손해 온 우리의 삶도 돌아봐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인간에게 맡기시고 돌보게 하셨음을 가르친다.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것은 특정한 환경운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책임의 문제다. 생명을 말하면서 생명이 무너지는 현실에 무관심할 수 없으며, 창조주 하나님을 고백하면서 창조세계의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본 교단은 지난 10년 동안 생명문명·생명목회 순례를 통해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목회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해 왔다.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전쟁과 이주, 디지털 전환, 저출생과 고령화 등 우리 앞에 놓인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생명을 살리는 교회의 사명을 모색해 왔다. 이제 지난 10년의 논의와 선언을 넘어 실제 목회와 교회의 삶으로 그 열매를 보여 주어야 할 때다.
이러한 때 제111회 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하나 되게 하소서’를 주제로 삼은 것은 의미가 크다. ‘생명’과 ‘하나 됨’은 총회 석상에서 외치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하나님께서 맡기신 창조세계를 돌보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기후위기와 재난은 어느 한 나라나 한 교회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회와 교회가 연대하고 지역과 세대를 넘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일상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돌아보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작은 변화부터,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돕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회의 정책과 목회까지 이어져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하나 되는 것이야말로 오늘 교회에 요구되는 책임이다.
네팔의 아픔은 먼 나라의 비극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생명의 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으며 기후위기 역시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돼 있다. 지난 10년 동안 생명목회를 말해 왔다면 이제는 삶으로 보여 줄 때다. 제111회 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고백을 구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고 창조세계를 돌보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