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영화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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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다.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에서도 예매 전쟁이 벌어질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스 고대 음유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문명의 근원이며 서양 학문과 예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플라톤이 “호메로스가 그리스 세계 전체를 교육하였다”라고 높이 평가한 이래로, 호메로스는 서양 교양교육의 교과서가 되었다. 미국의 엘리트 사립학교는 학생들이 입학 전 반드시 호메로스를 읽도록 요구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은 호메로스를 교양과목에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보통 서양의 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으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꼽는다. 헬레니즘은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사상을 말하는데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고 철학, 과학, 인본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에 고대 유대인의 사상에 뿌리를 둔 헤브라이즘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앙과 정신으로 발전했으며, 이 두 사상이 서로 대립과 융합을 통해 현대의 서양문명을 이룩하는데 이바지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은 기원전 5세기 정치가 페리클레스에 의해 황금기를 열었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자들에 의해 꽃피운 이래 서양의 철학과 예술의 근원이 되었다. 호메로스는 그보다 앞선 기원전 8세기경 구전되어 오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두 책으로 저술함으로써 그리스 문명의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일리아스는 그리스연합군과 트로이의 전쟁을, 오디세이아(영어로는 오디세이)는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두 책의 내용은 모두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신체적인 능력이나 아름다움, 그리고 정신적인 미덕을 갖춘 영웅호걸들이지만, 그리스어로 휴브리스(hubris)라 부르는 자만심, 허영심, 혹은 교만과 같은 성격상의 결점 때문에신들의 분노와 미움을 사게 되고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된다는 서사시이다. 

호메로스를 따라서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탁월성을 동경하고 자유로운 모험을 즐기는 낙천적인 인생관을 가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은 신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운명에 휘둘리게 된다는 숙명론적 비관주의에 기울어지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오이디푸스와 같은 비극이 그러한 그리스 정신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헤브라이즘의 정신은 이와 대조적이다. 인간이 죄 때문에 벌을 받고 고난을 겪게 된다는 점은 같지만, 그리스 신들과는 달리 하나님은 고난 중에서 돌이켜 회개하는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이끄신다는 신앙이 헬레니즘과 다르다. 

이란전쟁, 우크라이나전쟁과 AI 기술혁명이 세계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요즘, 서양문명의 뿌리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에 필자도 어렵게 표를 구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놀란의 오디세이를 관람했다. 과연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이어지는 3시간 내내 강렬한 몰입감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원작과는 달리 영웅이 아니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 오디세우스의 고뇌와 그것이 현재 서양문명에 관해 시사하는 바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놀란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목마라는 비윤리적 기만과 이어지는 자만심으로 스스로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원죄에 의한 타락이라는 기독교윤리와 신학적 모티브에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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