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예배당 재건에서 마을의 회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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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이 다시 세워졌다고 해서 산불의 아픔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새 건물은 완공됐지만 주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자리가 남아 있다. 이제는 하화교회가 감당해야 할 목회는 그 마음을 살피고 주민들의 일상에 함께하는 일이다.

산불은 집과 생활용품만 앗아간 것이 아니었다. 가족사진과 자녀들의 어린 시절 사진,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의 사진까지 불길 속에 사라졌다. 오랜 세월 살아온 집에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기억이 담겨 있다. 새로운 주거공간이 마련돼도 그 안에 있던 추억까지 되찾을 수는 없다.

생활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평생 간직해 온 삶의 흔적을 잃은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집을 다시 짓는 일과 마음이 회복되는 일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목회자는 그 시간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집도 생기고 생활도 나아졌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겉으로는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이웃에게도 말하지 못한 슬픔이 있을 수 있다. 교회는 무엇보다 먼저 그 아픔을 헤아리며 오래도록 곁을 지켜야 한다.

선교팀의 방문이 끝난 뒤에도 마을의 일상은 계속된다. 이곳에 남은 교회와 목회자는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문을 여는 교회가 아니라 평소에도 편안하게 찾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화교회는 기존 예배처소로 사용했던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 마을에 여럿이 모일 만한 넓은 공간이 부족한 만큼 서로 안부를 묻고 교제하는 사랑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노래교실과 건강교실 등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자 한다. 많은 프로그램을 갖추기보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는 일이 먼저다. 교회가 하고 싶은 일만 앞세우지 않고 어르신들의 형편과 생활을 살피며 하나씩 마련해 가려 한다.

하화리에는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변 마을까지 합하면 150명이 넘는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 앞에서 이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저마다 기쁨과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이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한 주민은 교회 십자가의 불빛을 밤새 켜두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교회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이웃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 불빛처럼 교회의 섬김도 주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계속되길 바란다.

예배당 재건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목회의 시작이다.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세워 준 이곳에서 이제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보고 삶을 함께해야 한다. 말씀과 기도로 성도들을 세우고 상처 입은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마을과 함께 걸어가길 기도한다.

최종복 목사

<하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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