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서 동반자로, 동반자에서 선교사로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난 자와 같이 여기며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거류민이 되었었느니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19:34)
사랑하는 총회 산하 모든 교회와 성도 여러분, 이 땅에 낯선 얼굴로 첫발을 내딛는 이주민들이 이제는 우리 삶의 자리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신앙의 배경도 다른 이들이 처음 이 땅을 밟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이방인’이라는 낯선 정체성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제도, 냉담한 시선과 차별 속에서 그들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방인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그저 동정이나 시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너희도 애굽 땅에서 거류민이 되었었느니라”는 말씀처럼, 우리 역시 나그네였던 기억을 가진 백성입니다. 그러기에 이 땅에 온 이주민을 향한 우리의 부르심은 이방인을 손님으로 잠시 대접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동반자로 맞아들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이주민 은 이미 27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이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머물지 않고 우리와 함께 예배하고, 함께 교회를 세우며,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 지역의 이주민 선교사역자들과 교회들이 헌신적으로 환대와 섬김의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 언어를 가르치고, 법률과 노동 상담을 돕고,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며 신앙의 가족이 되어 온 지난 시간들이 바로 그 동반자 됨의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반자 됨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한 이주민들이 한국 교회의 중요한 기둥이 되고, 다시 자신의 나라와 세계를 섬기는 선교사가 되며, 한국교회가 이주민과 함께 새로운 선교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단이 오랫동안 소망해 온 이주민 선교의 궁극적 목표이며, 국내에 정착한 이주민을 통해 선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귀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이방인으로 이 땅에 왔던 이들이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선교사로 세워지는 이 아름다운 순환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이주민 선교의 참된 부르심입니다. 총회 산하 모든 교회와 성도 여러분께서 이 거룩한 사역에 기도와 관심, 그리고 실제적인 섬김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주민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고,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지는 새로운 선교의 역사가 우리 가운데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6년 9월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권위영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