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하자
이해한다는 영어단어의 understa nd는 under(~의 밑에)와 stand(서다)라는 합성어이다. 즉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입장(위치, 자리, 직책)에서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 아래에 서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중심적 경청이 아니라 상대 중심적 경청을 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직감적 경청으로 대화 중에 직관적으로 상대방의 속마음, 무의식적 감정과 생각까지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을 집중하고 듣고 반응하는 정도뿐만이 아니라 언어적으로 들리지 않고 비언어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의식적, 무의식적 의미인 상징적 의미(symbolic meaning)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는 고도의 경청 단계이다.
그러기 위해 경청하기 위한 기술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사실(fact)을 경청하라. 중학교 남학생이 청소년우울증으로 치료 중이다. 증상으로 학교를 지각하거나 진료로 학교에서 외출을 하기도 한다. 진료시간이 수업시간과 겹쳐서 수업시간 중에 외출을 받아 진료를 오게 되어 사실 확인을 위해 진료확인서를 발급하였다. 다음 진료일에 내원한 학생은 분노에 찬 말을 했다. 이유인즉 담임선생님은 청소년우울증으로 진료를 갔다 왔다는 말을 믿지 못하였고 증거자료로 진료확인서까지 제출함에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였다고 한다. 학생의 말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선생님 자신의 생각, 가치관, 고정관념 등으로 판단하여 받아들이고 학생의 말을 선생님 자신의 경험, 학습, 기억, 습관 등의 자기 기준을 통하여 재해석, 오해석, 일반화하여 잘못 받아들인 것이다. 즉 사실(fact)을 사실(fact)로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이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 • 주안교회 시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