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에 시리아 난민까지 몰려온 최악의 경제상황
이라크는 구약역사 만큼 오래되고 많은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 기원전 2400년경 셈족 계열의 아카드인들이 이라크 남부와 페르시아만까지 이르는 수메르 지역을 정복하여 통일왕국을 이루었고, 1800년 이후 유프라테스강 남부에서 바벨론이, 티그리스강 상류 지역에서 아시리아가 성립된 후 그 세력이 제국으로 확장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539년 신 바벨론 제국이 페르시아에 정복되면서 1000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이라크는 예나 지금이나 동쪽에 이란, 북쪽에 터키, 서북쪽에 시리아, 서쪽에 요르단, 남쪽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무려 6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제적인 나라이다. 이런 지리적으로 인접 국가에 둘러싸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구이동이 활발하고 교역이 발달한 아라비아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다. 이라크 중앙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났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두 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고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단 1:1)이 지배하다 갈대아의 벨사살이 죽고 메대 사람 다리오가 득세할 때(단 5:30-31), 사자 굴에 갇힌 다니엘(단 6장)의 용맹과 신앙의 기개가 서린 곳이 이라크이다.
사막의 저지대로 이루어진 이라크는 고도가 300m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450m를 넘는 지역은 전 국토 면적의 15%가 채 안 된다. 지형적으로는 이라크 중부와 남동부에 걸쳐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충적평원지대, 북부의 알자지라 고원지대, 서부와 남부의 사막지대, 북동부의 고원지대 등 4개 지역으로 나뉜다. 특히 국토의 1/3을 차지하는 충적평원지대는 자연 배수가 잘 안되고 소택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 대평야지대는 거대한 초승달 모양을 그리면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를 따라 지중해를 향해 고대 가나안 땅인 지금의 팔레스타인 해안가로 이어지는 그 출발점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가 있다.
대평야 북쪽의 고원지대인 알자지라에는 높이가 1,500m 이상인 신자르 산맥은 이라크 서부와 남부 지역은 광대한 사막지대로, 국토면적의 2/5를 차지한다. 서부 사막은 와디야라고 하며, 고도는 485m를 넘어선다. 남부 사막의 서쪽에도 와디, 언덕, 침강지대 등이 있다. 동쪽에도 덤불식물로 뒤덮인 모래사막이 있다. 국토의 약 1/5을 차지하는 북동부 고원지대는 대부분 산악지대와 저지대 사이의 점이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연간 강우량이 약 400㎜에 이르는 반면에, 남서부 사막은 100㎜ 미만에 그친다. 일부 고원지대는 연간 강우량이 1,000㎜ 가량 되기도 하여 여름에 매우 덥고 다습한 기후이다. 삼림지대는 방목과 벌목으로 국토면적이 1/20로 줄어들어 대부분 강 주변에 있다. 산악지대 남서쪽은 다년생 덤불과 키 작은 관목으로 이루어진 스텝 지대와 건조지대로 사막의 가시나무나 다른 내염성 식물이 자란다. 강 하류 부근의 알쿠르나 아래쪽에 있는 소택지에는 갈대, 키 큰 목초, 사초(莎草) 등이 우거져 있다.
이라크는 걸프전(1990∼1991년) 전인 1980년에는 세계에서 제2위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이었다. 페르시아만 부근에도 유전이 있지만 주요 유전은 북부지역에 위치하며, 천연가스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다. 1932년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왕국이 되었고 1958년 쿠데타에 의해 공화국으로 바뀐 후 1979년부터 사담 후세인의 장기 집권에 의한 강압 통치를 받았다. 2003년 3월 미국의 침공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어려운 전후 상황으로 인해 현재까지 총체적 격동기를 보내고 있다.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위협으로 많은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난민촌을 만들어서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장에 하나님의 선교가 미칠 수 있는 가장 절호의 기회이다. 전쟁 이후에 시리아 난민까지 이라크의 국경지대로 몰려와서 최악의 경제상황에 봉착한 이라크는 우한급성폐렴이 장기화되어 국제선이 막힌 상태로 시리아-이라크 국경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난민의 삶은 더욱 고달픈 가운데 있으므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 아프리카 못지않게 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이라크이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