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갈대아 우르’인가 ‘갈대아인의 우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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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아 우르.’ 신앙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하나님) 너를(=아브라함) 갈대아 우르에서 이끌어낸 여호와니라.” (창 15:7)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말씀이다. ‘우르’는 고대 도시 이름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갈대아’란 무슨 말인가? 지명인가? 인명인가? 우리가 읽고 있는 한글성경도 약간 혼란스럽다. 종래의 ‘개역’ 한글성경에는 ‘갈대아 우르’라고 했는데, ‘개역개정’판 성경에는 ‘갈대아인의 우르’라고 수정했다. (개역개정판 창세기 11:28,31; 15:7)
‘갈대아’라는 말은 히브리 원어로 카스딤(Kasdim)이다. ‘카스딤’은 지명도 되고, 인명(종족명)도 된다. 지명으로 사용될 때는 ‘갈대아 지역’ ‘갈대아 땅’(Chaldea)이라는 의미이고, 인명(종족명)으로 사용될 때는 ‘갈대아 땅에 사는 사람’ 즉 ‘갈대아인’(Chaldeans)이라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본다. 열왕기하 25장은 예루살렘이 바벨론 제국의 군대에게 멸망당했던 ‘예루살렘 최후의 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서 “갈대아인들(Chaldeans)이 예루살렘을 에워쌌다”고 했다. (왕하 25:4) 예루살렘이 몰락한 후, 바벨론 왕이 임명한 총독 그달랴가 시해당해 죽었다. 그때 예루살렘 거민들이 ‘갈대아 사람’(Chaldeans)을 두려워해서 애굽으로 피난 갔다고 한다. (왕하 25:22이하) 이사야서의 말씀에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심판하셔서 소돔과 고모라처럼 징벌하시겠다고 했다. 이 말씀에서 바벨론을 ‘갈대아 사람들(Chaldeans)의 자랑거리’라고 표현했다. (사 13:19) 이러한 예들에서 보면, ‘카스딤’은 ‘갈대아 사람’ ‘갈대아인’을 의미한다.

또한 ‘카스딤’은 ‘갈대아 지역’ ‘갈대아 땅’(Chaldea)을 지칭하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에스겔이 바벨론 포로지에서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는 기사에서 “갈대아 땅(Chaldea) 그발 강가에서 여호와의 말씀이… 나 에스겔에게 임하고….” (겔 1:3) 에스겔은 여러 번 포로로 잡혀간 땅을 ‘갈대아 땅’(Chaldea)이라고 언급했다. (겔 11:24; 12:13등) 즉 ‘카스딤’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스딤이 지명인지 인명(종족명)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예레미야 50:10에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징벌하실 것이라는 말씀에서 “갈대아(카스딤)가 약탈을 당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씀이 ‘갈대아 땅’이 약탈을 당할 것이라는 것인지, ‘갈대아 사람들’이 약탈을 당할 것이라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사실 어느 쪽으로 보든지 본문의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차이나 문제가 없다.
아브라함의 고향 이야기로 돌아가서, ‘갈대아 우르’냐 ‘갈대아인의 우르’냐 하는 문제는 대답하기 어렵지 않다. 둘 다 맞는다. ‘갈대아 지역에 있는 우르’라고 할 수도 있고 ‘갈대아인들이 사는 우르’라고 할 수도 있다. 언어적으로는 두 가지가 다 가능하고 다 맞는다.
그러면 ‘갈대아’ 땅은 어디인가? 그리고 열왕기는 예루살렘을 공격한 바벨론 군대를 왜 ‘갈대아인’이라고 했을까? 또 에스겔 예언자는 포로로 잡혀간 곳을 왜 ‘갈대아 땅’이라고 했을까? 이 대답을 위해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를 조금 알 필요가 있다.

박준서 교수<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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