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가 정말로 노력을 다했는가. 이 질문에 100퍼센트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이 질문에 용기 있게 대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통해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했다. 그것은 ‘3최 정신’이다. ‘최초’, ‘최고’, ‘최장’의 정신. 영어로 치면 최상급 표현이라 기준이 너무 높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평가하는 상대적 평가다. 그러니 자신이 만든 기준에 도달하고 만족하면 된다.
1976년, 처음 전자부품 업체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정신은 ‘최초’였다. 아직까지 국내 가전 관련 업체에서 시도하지 않은 국산 부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은 노력 끝에 최초 국산 부품 생산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처음부터 ‘최초’에 원대한 꿈을 품고 뛰어들었던 건 아니다. 그저 시대적인 필요, 그리고 국가와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에 언제 성공할지 모를 일에 뛰어들었고 운 좋게도 1년 반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초로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자 그로 인한 수혜는 엄청 많았다. 사람들은 영세하게 시작한 부품 업체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국산 부품 시장이 형성되면서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기업의 세계에서 최초가 지닌 의미는 더욱 크다. 경영 컨설팅 전문가가 쓴 <로빈 가인지 칼럼> 중에는 100명 이하의 조직이 대기업을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다룬 글이 있다. 그 칼럼을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기업 환경에 태생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방식을 고수하면 난처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이 선택해야 할 방법 중 하나로 ‘차별화’를 꼽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나만의 시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시장점유율은 생각할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시장을 점령할 수 있을지, 나만의 시장을 만들어내려는 연구를 하고 시도해야 한다.
같은 기업용 노트북을 유통하는 회사라 해도 매출이 성장하는 회사는 그들만의 시장이 있다. 다른 회사와는 달리 정해진 기기를 유통하지만 어떤 회사는 노트북에 프로그램을 세팅해 주면서 기업용 보안 프로그램을 무료로 추가 설치하는 전략을 써서 재구매율을 90퍼센트 이상 끌어올린다.
나만의 시장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최초’라고 생각한다. 최초가 되는 건 무척 어렵다. 용기도, 자본도, 환경도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제조업을 시작하고 4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업계에 종사하면서 늘 최초로 뭔가에 도전했던 것 같다. 거창하게 국내 최초와 같은 타이틀이 붙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시대가 지날수록 최초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제는 국산 부품에 대한 메리트가 거의 없고 가격 경쟁 시대로 접어들어 더 이상 최초 국산화라는 타이틀에 매여 있을 필요도 없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