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뵈온 적 없어도 손에 난 못 자국으로 주님이심을 알겠네
찬송 시 ‘주가 맡긴 모든 역사’(‘When my lifework is ended’)는 미국의 여류 찬송 시인인 크로스비(Crosby, 1820-1915)가 지었다.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크로스비는 기독교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찬송가 작가로 불린다. 그녀가 지은 8천500여 편의 찬송 시는 1억 부 이상 인쇄되어 노래로 불렸다. 모든 찬송마다 크로스비의 이름이 인쇄되다 보니 그녀는 겸손히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무려 200여 개의 다른 필명을 사용하였다. 크로스비는 전혀 앞을 볼 수 없어 자신의 이름 외에는 거의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지은 찬송 시는 모두 이복 언니와 비서가 필사했다. 하루에 무려 열두 편의 찬송 시를 짓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음악 교육도 받아서, 찬송 시와 멜로디를 작곡한 유일한 찬송(‘Spring Hymn’)도 있다.
곡명 I SHALL KNOW HIM은 스웨니(J. R. Sweny, 1837-1899)가 작곡했다.
크로스비가 71세 되던 1891년, 뉴욕주 이리호 근처에서 열린 기독교 캠프(Camp Chataqua)에서 찬송 작곡가인 스웨니 목사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찬송가 작사 작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로스비: “제가 천국에 가서 가장 기쁜 일은 제일 먼저 주님의 얼굴을 뵙는 것일 거예요.” 스웨니: “평생 눈이 멀어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여사께서 어떻게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나요?” 크로스비: “그건 쉽죠. 저는 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보여달라고 하겠어요. 손에 못 자국이 있으면 그분이 누구신지 알게 될 테니까요.” 스웨니: “정말 대단한 착상이군요. 제가 멜로디를 붙여 작곡할 수 있도록 이 내용으로 찬송 시를 지어 주실 수 있을까요?” 이튿날 아침 식당에서 만났을 때 스웨니는 “나의 주를 손의 못 자국을 보아 알겠네”(I shall know Him. By the print of the nails in His hand.)란 후렴이 적힌 찬송 시를 건네받았다. 이 시는 1894년 커크패트릭(W.J.Kirkpatrick)과 길모어(H.L.Gilmour)가 공편한 찬송가(‘Songs of Love and Praise’)에 처음 등장하였다.
관련 성구는 “나는 의로운 중에 주의 얼굴을 뵈오리니, 깰 때에 주의 형상으로 만족하리이다.”(시 17:15)
김명엽 장로
<현 연세대 객원교수·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