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는 우리 교회에서 필자가 섬기는 부서가 종강예배를 드렸다. 교회 성도 중 70세 이상을 회원으로 하는 우리 부서의 회원과 봉사자가 함께 올해를 마감하는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같이 하면서 내년 3월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긴 겨울 방학이 지나면 아마도 팔구십 세 이상 회원 중 몇 분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다시 못 만날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이 잠시 스쳐 간다.
우리 교회에서는 재직 부서나 공동체에서 봉사자들이 보통 2년씩 봉사하고 다음 해에는 타 부서로 옮기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연말에는 함께 봉사하던 분들과 헤어지고, 또 새로운 분들과 만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 헤어지는 아쉬움과 함께 또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시간이다. 매년 11월 말 새 부서를 담당할 목사님과 부서장이 임명되면 그때부터 각 부서에 필요한 임원과 봉사자들을 구성하느라 바쁜 연말의 시간을 보낸다.
필자도 2년 전 지금의 부서에 임명되면서 담당 목사님과 함께 임원과 봉사자들을 찾아서 팀을 꾸리는 일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간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한마음으로 섬기는 봉사를 마치고 헤어져야 할 이 시간, 인생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 하지만 그 아쉬움은 여전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신앙인에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특별히 소중하다. 예수님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는 항상 함께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하나님은 또한 사람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역사하신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마다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서 우리의 믿음이 성장할 수 있음을 늘 경험한다. 한자리에서 함께 예배 드리고, 함께 봉사하고, 함께 찬송할 때 우리는 은혜를 체험하고 성령이 임하심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공동체 생활은 쉽지 않다. 생각이 다르고 사회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실망해서 상처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사정은 교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도 분쟁도 일어나고 교파가 갈라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신앙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저주하고 극단적인 증오와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종종 만난다.
그런데 이 다툼과 분쟁은 진리에 대한 논쟁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상은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권력다툼이고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교만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된 신앙공동체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자체가 기적이고 신비이고 경이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지 그를 통해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하게 되고 겸손함을 되찾을 수 있다.
사람을 인격으로 대하고 사랑으로 만날 때에만, 상대방은 벽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통하는 문이 된다고 어떤 신학자가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하나님의 넓고 넓은 창조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고 하지만, 헤어짐은 또한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므로 서운함보다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 모든 만남은 아름답다. 만남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리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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