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하나님의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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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서는 경륜이라는 단어가 에베소서 1:9, 3:2, 3:9와 디모데전서 1:4에서 네 번이 나온다. 각각 은혜의 경륜, 비밀의 경륜, 하나님의 경륜과 같이 사용되는데, 이 경륜은 헬라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를 번역한 것이다. 같은 단어 오이코노미아가 다른 곳에서는 청지기(눅 16:2), 사명(고전 9:17), 직분(골 1:25) 등으로도 번역되어 있다. 

오이코노미아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집을 뜻하는 헬라어 오이코스와, 관리를 뜻하는 노미아의 합성어로서 가정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일에서 시작해 국가재정운영까지를 의미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며 기원전 5세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인 『가정경제학』으로 번역된 오이코노미케와 어원이 같다. 이후 근대에 들어와 아담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을 발표함으로써 시작된 경제학(economics)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이코노미아는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인류를 구원하시는 원대한 계획과 경영을 표현하는 경륜으로 번역되는데,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서 섭리하는 것을 표현할 때에는 청지기, 직분, 사명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렇게 같은 헬라어 단어 오이코노미아가 세상에서는 경제로 번역되는데 신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의 경륜으로 번역되는 것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의 경제원리와 하나님의 경륜, 혹은 경제원리가 큰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경제원리는 경쟁을 통해 자기 이익의 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반해,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경제원리는 사랑과 은혜 그리고 이타심을 바탕으로 한다. 

현대 시장경제에서는 재화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경제활동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그들의 이익추구의 결과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번영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구가하게 되었다. 지난 200여 년간 자본주의가 이룩한 번영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선진국의 대열에 오른 것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일찍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번영의 이면에는 무한경쟁과 배금주의가 팽배하고 극심한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합리성과 이성을 중시하는 세상의 경제원리는 남과 경쟁해서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고, 끝없이 욕구충족을 위해 돈과 재물을 최대한으로 추구하는 맘몬숭배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인간성은 황폐해지고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하나님의 경제원리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아담 그랜트는 그의 책 『기브 앤 테이크』에서 미국의 성공한 경영자들을 분석한 결과, 크게 성공한 경영자들은 대부분 이타적이고 배려심 있고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색하고 이기적이며 부정직하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기업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정직하게 잘 만들어 소비자를 섬기고, 근로자는 자기 일처럼 성의를 다해 기쁨으로 일하며, 소비자는 욕망을 절제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끼는 소비 활동을 하는 것이, 바로 은혜와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경제원리를 실천해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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