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공군본부로 자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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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이상 집합!”

훈련이 끝난 후 나는 서울에 있는 공군본부로 배치받았다. 공군 훈련병들에게 공군본부는 꿈의 부대였다. 나도 공군본부에 배치되어 기쁘고 좋았지만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당장 서울에 도착하면 주일인데 배치받은 첫날, 부대에 가자마자 과연 교회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돼서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한숨도 자지 않고 기도만 했다.

나는 운전병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수송대에 배치받았다. 수송대에 도착하니 주말이라 고참들이 대부분 외박을 나가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때 주번 사감으로 있던 상병이 밤새 열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할 테니 좀 자두라고 했다. 상병의 얼굴이 선해 보여서 나는 용기 내 부탁했다. “오늘 주일이라 교회에 꼭 가야 합니다. 교회에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래? 나도 천주교인이야. 일단 좀 쉬고 있어. 이따가 내가 교회 가게 해줄게.”

일단 내무반에 들어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예배 시간이 될 때까지 한숨도 못 자고 다시 그 상병에게 갔다. 그러자 상병이 일병을 붙여 주며 같이 교회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렇게 자대를 배치받은 첫 주일은 무사히 넘겼다. 그런데 외박을 나갔던 고참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부대 분위기가 살벌해져 갔다. 

나의 직속 고참은 두 달 먼저 수송대로 온 사람이었다. 나이가 나보다 어렸는데 나를 매일 화장실 뒤로 끌고 가서 욕을 퍼붓고 두들겨 팼다. 교회에 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맞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교회에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구박을 받으며 힘들게 교회에 다니던 어느 날, 수요 예배에 가기 위해 당직 사병을 찾아갔다. 병장인데 인상이 얼마나 무섭던지 뱀파이어가 연상될 정도였다. 독기를 품은 눈빛과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은 이빨. 그래도 훈련소 시절에 마 중사를 꼼짝 못하게 했던 하나님을 기억하며 보고를 시작했다.

“필승! 이은태 이병. 교회 다녀오겠습니다!” 그랬더니 이 병장이 나를 한 번 째려보고는 마이크를 켰다. “상병 이상 집합.” 그 말은 부대 내 모든 내무반으로 방송되었고, 하늘같은 상병들이 총알처럼 달려와 내 앞에 일렬로 섰다.

“이 자식들! 도대체 신병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다 박아!” 내 앞에서 고참들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그것도 모자라 병장은 엎드려 있는 상병들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신병 교육 제대로 시켜.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그땐 다 죽을 줄 알아, 알았어? 해산!”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내무반 고참에게 끌려갔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서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움직이셨는지 고참이 딱 한마디만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교회 나가지 마라. 또 교회 가면 죽는다.”

다행히 매도 맞지 않고 험한 소리도 듣지 않았지만,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밤새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나님, 제발 교회 가게 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교회 가게 해주세요.”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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