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극우 근본주의, 반사회적 적폐로까지 낙인 찍혔음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으려는 교회의 수구적 모습이 결국 새로운 교회를 요청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급속한 교회 개혁에 대한 요구는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개혁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이 상황을 인정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거대한 변화의 조짐 중 하나는 공간 없는 교회에 대한 것이다. 과거처럼 예배당이니 모임방이니 하는 건물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공동체 중심의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 공간은 교회의 존재 자체라 할 만큼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교회는 간판을 달아야 했고 그 교회는 교인의 숫자로 판단되었다. 목사의 가치는 곧 교회의 크기와 비례했고 그런 목사는 큰 목사이며 모든 목사가 우러러 보는 목회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제 기존의 교회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예배당 없는 교회를 만들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교회를 위하여 만들어진 공간을 없애자는 모임도 있다. 적어도 기존의 공간 중심의 교회는 아니라는 것이 대안적 교회를 꿈꾸는 이들의 생각인 듯하다.
나섬과 몽골학교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한다. 얼마 전 우리는 몽골학교 내에 증축을 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참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다 문득 멈추고 다시 생각하였다. 과연 우리가 또 건물을 지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몇 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결국 건축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는 어떤 이유로든 학교를 위하여 혹은 교회를 위하여 건물을 더 짓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고 교육을 하고 모임을 하기 위하여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더 이상 공간중심적인 모임을 허락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공간 안에 가두는 모든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가고 있다.
예배든 비즈니스든 온라인의 형태로 혹은 가상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예배당 짓는 교회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삶을 나누는 교회가 필요하다. 삶의 패턴이 이렇게 변화한다면 예배당 중심의 기존 교회는 급속히 바뀌어 갈 것이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도 우리는 예배당 짓기를 멈추지 않는다. 더 큰 예배당과 건물을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이 여전히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배당 중심의 교회와 목회는 미래교회를 담을 수 없다. 건물 없는 교회로 바뀌어 가는 현실 속에서 왜 교회만 여전히 과거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지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몽골학교를 비롯한 나섬의 모든 사역은 건물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교회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로운 교회는 분명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