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이 지나 전철이 그리 붐비지 않는 시간에 나들이를 위해 전철을 이용해 목적한 역에서 내리는데, 어떤 노인이 미처 내리지 않은 나를 밀치면서 차를 타고는 빈자리에 앉아 만족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예의가 많이 정착되어 양보도 하고 질서도 지키는 수준이 되었는데 비정상적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런 뻔뻔한 행동이 슬그머니 머리를 드는 구습처럼 보였다. 원래 뻔뻔함이란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한 행태를 일컫는 말로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피폐된 생활환경에 어려운 경제난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낙후되는 인품이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한다. 그러기에 이제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안 준다는 전제하에 오히려 뻔뻔하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항변하면서 남의 시선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기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인은 이를 모르기에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선악도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어린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무분별하게 잘못을 저지른다면 오히려 넓은 아량으로 이를 웃으며 넘길 수가 있겠지만 충분히 성장한 사람의 경우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식점에서 받는 고통은 나날이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점점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풍토가 없어지면서 이제는 집에서 식당으로 배달주문이 늘어가는 추세로, 겨우 숨통이 트이는데 이런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늦은 밤에 주문한 경우, 음식을 배달가면 문을 안 열어주거나 주문한 음식을 찾아가지 않아 몇 번이나 전화해도 받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잠이 들었다거나, 잊어버렸다는 핑계를 대지만, 배달에 목숨을 거는 식당 주인은 화를 낼 수고 없는 딱한 처지에 냉가슴만을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뻔뻔함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지는 현실이 서글프다.
요즈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언행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 중 한 명인 그의 지난 4년간 보여준 행보는 오로지 재선을 향한 집념에 의한 기행의 연속이었고 특히 금년 들어서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통치 행위는 ‘그가 과연 세계를 이끌어가는 미국의 대통령에 걸맞는 자질’을 지녔는가를 의심하게 한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지적한대로 국가 지도자는 ‘국가의 거울’이며 그의 행동은 ‘도덕적 기준’이 되는데 너무도 이에 맞지 않는 뻔뻔한 행동을 하기에 받는 평가이다.
오늘 날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너무도 썰렁하다. 이는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나 출세해서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뻔뻔함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부귀영화도 영화롭지만은 않으며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도 남에게만 해당되고 나에게만은 예외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옛말 그른 것이 하나도 없으니 성공 여부를 떠나 지각이 있으면 언제나 행동거지(行動擧止)를 바르게 함으로 뻔뻔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 성숙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