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공원 풀밭에서 등을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서서 걸으며 바라보던 하늘과 90도로 각도가 달라지니 전혀 다른 구도가 펼쳐진다. 변두리 없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떠서 한 방향으로 천천히 흘러간다. 가장자리에서 나뭇가지들이 나와 푸른 잎이 시야를 채우며 잔잔한 바람에 나부끼고 그 미풍이 내 볼을 스쳐간다. 저 멀리 비행기가 은빛 동체를 반짝이며 날아간다. 하늘 그 어디에 하나님이 계실까 하다가 하나님은 영이시니 내 마음에 들어와 계시지 하고 자문자답해본다.
문득 맑은 하늘에는 거짓이 깃들 자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계절의 변화하는 기온을 따라 물이 순환하며 구름을 만들고 구름이 움직이며 바람을 일으키고 가속화하여 폭풍, 태풍이 된다. 지난달 연속으로 한반도를 찾아온 세 차례 태풍을 맞으며 먹구름이 바람을 몰고 오는지 초속 수십 미터의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와서 이 땅을 때리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상승작용으로 그런 엄청난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일 텐데 아무튼 거기에 거짓은 없다. 오로지 땅 위의 사람들이 거짓을 만들어 불행을 자초한다. 미국 서부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은 지구온난화 주장이 거짓이다 아니다 사람들이 시비하는 가운데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불행히도 최근 이 나라 정치의 부제(副題)는 거짓말이다. 작게는 법무장관이 제 아들을 감싸기 위해 국민을 속인다는 비판이고 크게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 3년 반 동안에 나라가 온통 거짓말을 위한 제물이 되어버렸다는 야권의 주장이다. 거짓과 정치권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역사를 더럽힌다. 한편 개인간에 발생하는 거짓은 희극과 비극을 연출하며 세상사의 기복과 굴곡을 자아낸다. 그래서 거짓말은 문학과 연극, 영화의 주제가 된다. 노래는 물론이다. 김추자가 70년대에 부른 히트 곡에는 ‘거짓말이야’라는 가사가 수없이 반복되면서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다 거짓말이라고 부르짖는다.
온라인 새벽기도회에서 목사님은 사도행전을 따라 설교하는 중 5장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 이야기에 이르러, 초대교회가 사도들의 기사와 이적 가운데 성령이 충만하여 나날이 확장되어 가다가 어찌하여 이런 참혹한 사건을 당하게 되었을까,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기를 청하셨다. 재산을 팔아 사도들에게 맡긴 것으로 할 일을 한 것인데 일부를 남겨놓은 행위로 말미암아 극단적인 결과를 맞이한 것은 적어도 하나님과의 사이에는 거짓을 개입시키지 말라는 엄중한 계명을 일찍 교회에 내려주신 것이라 일러준다.
땅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거짓을 생각한다. 무수한 거짓말이 입에서 새 나왔을 터인데 때마다 야곱의 거짓말을 끄집어내 변명하며 세상의 용납과 하나님의 용서를 당연시하고 살아왔다. 어떤 것은 선한 결과를 위한 거짓말이고 어떤 것은 남들도 다 하는 거짓말이고 또 어떤 것은 그로 인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으니 괜찮다고 강변한다. 그러는 가운데 진위의 분별력마저 무디어지고 타락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법무장관도 거짓말을 하는데 나 까짓 인생이야’ 하기에 이른다면 하나님의 사랑의 경책도 다 무효가 된다. 누워서 머리나 굴리고 있지 말고 어서 일어나 무릎 꿇고 회개의 기도를 하라는 말이 속에서 울려 나온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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