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자기를 비워 우리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케노시스 찬송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7-8)는 말씀은 성육신으로 자기를 비우신 그리스도를 교리적으로 설명하는 신학용어 ‘케노시스(Kenosis)’의 근간이다. ‘케노시스’란 헬라어로 ‘비움’이란 뜻이다.
찬송 시 ‘내 너를 위하여’는 영국의 여류 찬송 시인인 하버갈(Frances R. Havergal, 1836-1879)이 지었다. 허약하여 독일 뒤셀도르프에 머물던 하버갈은 ‘에케 호모’(ECCE HOMO)란 작품 앞에 서 있었다.(작가는 Zinzendorf, Domenico Feti, Sternberg 등 확실치 않음) ‘에케 호모’란 법정에서 예수님을 가리키며 “보라 이 사람이로다”(요 19:5)라고 빌라도가 한 말이다. 그림 밑에 쓰인 “나는 널 위해 이 일을 하였는데 너는 날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라는 글귀를 보고는 충격과 감동 가운데 찬송 시를 지었다. 이 시는 그녀의 부친 하버갈(William Henry Havergal, 1793-1870) 목사가 곡명 BACA를 작곡하여 1859년 낱장으로 인쇄하여 발표한 하버갈의 첫 작품이다.
곡명 KENOSIS는 블리스(Philip P. Bliss)가 작곡하여 1871년 주일학교 찬송가(Sunshine for Sunday School)에 처음 발표하였다.
이 찬송엔 ‘케노시스 찬송’이란 별명이 있다. 찬송가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처음 찬송을 불렀을 때의 신선한 감격은 점점 잊혀지고, 찬송 시의 원뜻마저도 놓쳐버릴 수 있다. 마치 늘 읊는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처럼.
고난을 받으시는 주님께선 나를 돌아보시고 네 번이나 물으신다. 원문은 보다 구체적이다. “난 네 몸 값으로 나의 생명을 주었다. 넌 날 위해 무엇을 주느냐?” “난 널 위해 영광의 집을 떠났다. 넌 날 위해 (네가 누리는 자리를) 떠나보았느냐?” “난 지옥에서 널 구하기 위해 온갖 고통을 견뎌냈다. 넌 날 위해 견뎌냈느냐?” “난 널 위해 하늘에서 풍성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넌 나에게 무슨 선물을 주었느냐?”
질문은 매번 반복한다. 처음(9-12마디)이 주님의 질문이라면, 반복되는 부분(13-16마디)엔 나의 대답이 숨어 있다. “날 위해 몸을 주셨으니, 제 몸을 바칩니다.”라는.
김명엽 장로<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