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는 소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손과 몸과 표정을 이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전 세계에 다 통하는 언어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수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다 보면 수어가 전 세계에 다 통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나 수어는 언어권마다 다르다. 심지어 비슷한 언어로 생각하고 있는 영어와 미어이지만 수어는 영어수어와 미어수어가 다르다. 수어는 프랑스수어에서 연관된 것이 많지만 언어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수어가 국가별로 볼 때는 국력이 뒷받침되어 그 영향력이 크며 서부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가 미국수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필리핀은 미국수어가 통용되고 있다.
한국수어 역시 인접 국가인 일본, 중국, 대만수어와 유사한 것이 많으며 특히 일본수어와는 같은 수어도 있지만 동일한 수어는 아니다. 하지만 각국의 농인들이 모이면 수어가 틀린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 서로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하게 된다. 친해지면 집에도 데리고 가고 또 연락도 하며 쉽게 교류를 하곤 한다. 청인의 경우 다른 나라의 언어를 모르면 그저 쉬운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낼지 모르지만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어가 비록 다르지만 보이는 언어라는 한 어족으로 나름대로의 문법과 느낌이 통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농인의 경우 미국에 가서 유학을 한다고 가정했을때 농인이 배워야 하는 언어를 생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수어가 자신의 모국어이기 때문에 수어를 잘 하여야 한다. 농인이라고 다 수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 사람이라고 다 한국어를 잘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될 것이다. 한국어를 잘하기 위해서 우리는 국어라는 과목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그리고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 교양학부에서 1년을 공부하고도 맞춤법,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는 경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수어가 농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우는 과목도 아니므로 수어를 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교양 있고 학식 있는 수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자신의 언어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할 때는 한글로 일단 써야 하기에 한글 쓰기를 잘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어를 한글로 옮기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수어는 조사가 없이 사용되는데 이를 조사가 있는 한글로 옮기고 또 존댓말을 넣어 쓰려고 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열심히 한글 쓰기를 한 경우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농인이 한글을 쓰는 것은 청인이 한글을 구사하는 평균 수준과는 차이가 난다. 미국 유학의 경우는 이러한 것 외에도 그곳에서 사용하는 미국수어를 배워 구사하여야 하며 또 기록에 남기기 위해서는 미어를 써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공부하려면 미국수어와 미국 문자 즉 영어를 공부하여야 하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 없이는 쉽지 않다. 영어를 듣고 외우고 공부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들리지 않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비록 수어가 각국이 달라 유학이 쉽지는 않지만 농인들도 학문의 기회를 넓혀 농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가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