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e-bay)’에 흥미로운 경매가 나왔습니다. 경매의 내용은 다름 아닌 투자의 귀재이자 세계적인 갑부인 ‘워런 버핏’과의 ‘점심 식사권’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워런 버핏과의 식사를 위해 얼마까지 지불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경매는 해마다 진행하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날 경매에는 중국인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장 주예(Zhu Ye)가 낙찰되었습니다. 그는 미화 235만 달러, 한화로 약 26억 원을 지불했습니다. 이 식사는 뉴욕의 작은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약 3시간 정도 진행되는 것인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사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누구나 꿈꾸고 있는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누구와의 식사를 꿈꾸고 계십니까? 초대교회는 ‘아가페 밀’이라는 사랑의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초대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그런데 이 식사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당시 A.D. 140년대 문헌을 보면, 아테네의 ‘아리스티데스(Aristides)’가 황제 안토니우스 피우스에게 보낸 편지에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의 실천’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 그들은 과부를 홀대하지 않으며 고아를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가진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에게 사심 없이 준다. 나그네를 만나면 집으로 데리고 가서 친형제처럼 즐거이 지낸다. 왜냐하면 그들은 육신의 혈육을 따라 형제라 부르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형제로 칭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사망하여 이를 누군가 보면, 그들은 가난한 이의 묘지를 위해 재산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옥에 갇히면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돕고, 가능한 한 석방되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 가난하거나 핍절한 상태에 있으면 이틀 내지 사흘 동안 금식하고, 이를 통해 얻은 양식을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제공한다.”
이 글에서 보듯이 초대교회의 공동식사가 가진 아쉬움은 바로 ‘믿는 자’들끼리의 자리였다는 것입니다. 신앙인들끼리만 서로 돕고 먹은 것입니다. 철저히 이방인들에 대해서는 배제되어 있었던 것이 초대교회의 한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게바라고 하는 베드로가 이방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랑의 식탁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의 문화에서 유대인이 이방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선민사상에 젖어 이방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대 본부로부터 사람을 파견하여 확인하게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베드로는 두려움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을 하였습니까? “야고보에게서 온 어떤 이들이 이르기 전에 게바가 이방인과 함께 먹다가 그들이 오매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하여 떠나 물러가매”(12절) 베드로는 예루살렘에서 야고보의 제자들이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두려움이 찾아와 이방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떠나게 됩니다. 이 모습에 화가 난 바울은 베드로를 책망한 것이 바로 11절 말씀입니다. “게바가 안디옥에 이르렀을 때에 책망받을 일이 있기로 내가 그를 대면하여 책망하였노라” 베드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의 기준이 되는 사람(role model)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이 행동을 통하여 바나바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늘 소외된 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였고, 많은 비난을 받기까지 하였습니다. 마태복음 9장 10-13절에 예수님께서 마태의 집에서 많은 세리와 죄인들과 더불어 잡수실 때에, 바리새인들이 제자들에게 힐난하며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 당시 유대 음식 문화로는 예수님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자들을 향하여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아멘.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 중의 한 부류인 목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늘 세리와 죄인들과 같은 연약한 자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끼리끼리 모여 식사를 나누고, 소외된 자들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마음의 장벽이 높게 쌓여 있어, 그 장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처럼 내가 함께 해야 할 이방인들에 대한 견고한 장벽이 무너지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방인들과의 참된 공동식사인 줄 믿습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