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이 응답하시는 방법은 세 가지라고 한다. “①오냐, 그렇게 해라(Yes) ②아서라, 안 된다(No) ③조금만 기다려라(Wait)” 등의 세 가지 방법의 응답을 말한다. 간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른 긍정적인 답이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때로는 단호하게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시간만 흘러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그때 왜 내 간청을 거절하셨는지, 왜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셨는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연전에 있었던 일이다. 약 40년 전에 가르친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를 가르친 이후 한 번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보니 이름은 귀에 익은데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후, 이어서 몇 차례 전화통화가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서로 의사소통이 친근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조금 의아한 제안이 들어왔다. 모교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증하고 싶다고 하면서 날더러 한 가지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도와달라는 내용이 신앙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청이었다. 한 마디로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내가 기도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하고서 답을 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이 흘렀다. 다시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내가 익히 잘 아는 감리교회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것을 전해 듣고서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하나님이 우리 기도에 응답하시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하지. 우리를 향하신 하늘의 응답은 ‘Yes’ 또는 ‘No’ 그리고 ‘Wait’의 세 가지인데 내가 기도해 보니 하나님이 “No”라고 말씀하셔서 결과적으로 자네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게 되었네” 하고 답을 보냈더니 다소 도전적인 답신이 도착하였다.
“선생님, 저도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저에게는 분명히 ‘Ye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잘못 들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청력이 좋지 않으시면 ‘보청기’를 끼시고 다시 들어보시고 답을 주십시오.” 처음에는 스승을 향한 그의 말씨와 태도는 매우 정중하였으나 몇 차례의 통화가 이어지면서 그의 어투가 조금씩 무례해 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신앙인으로서 확고한 내 의지를 전하면서 그를 설득하여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되었다.
제자가 설마 40년 전의 옛 스승을 이용하기위해 그런 일을 도모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으나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가 제시한 장학금의 액수가 워낙 거금이고 또 그가 대단한 재력 있는 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화와 카톡 문자는 여러 차례 오고갔으나 하나님께서 그를 만나게 하지 않으시고 결정적 상황에서 나에게 결단의 지혜를 주신 것을 감사드린다.
최근 인터넷에는 왕년의 유명한 농구 선수요, 남자농구팀의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던 姜 某(1966~ ) 씨가 모 방송의 세칭 ‘인터뷰게임’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만 9년 전, 본의 아니게 있었던 자신의 실수와 관련하여 스스로 밝힌 참담한 고백을 듣게 되었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서 대화중에 ‘승부조작’의 제안이 있었고 후배가 내미는 검은 돈의 유혹에 말려들면서 그의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다행인 것은 그가 가까운 선배의 권유로 방송에 나와 자신의 실수를 겸허하게 털어놓고 난 이후, 어머니, 아내, 옛날 함께 운동하던 동료, 스승, 선후배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르친 옛 제자 선수들에게 용서를 구하였다는 사실이다.
성서(딤전 6:10)에 보면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라는 말씀이 나온다. 내가 겪었던 금전을 매개로 한 미혹(迷惑)의 체험은 언급하기조차 민망스런 일이거니와 세상이 하도 험해서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떳떳하지 못한 금전 관계는 수여자(授與者)나 수혜자(受惠者)가 모두 나락(奈落)으로 떨어져 공멸(共滅)에 이르게 된다’는 엄중한 교훈을 일러주고 싶은 마음에서 본 칼럼을 통해 지난 일을 새삼 되새겨 보게 되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