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오랫동안 경영하다 보니 오래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기업 수명이 짧은 나라로도 유명한데, 몇 백 개 기업이 해마다 생겨나고 있지만 30년 이상 유지된 기업은 전체 기업의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보면 개탄스럽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은 7개뿐이라고 하는데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미국의 기업 문화를 보면 확실히 우리보다 기업 유지율이 높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기업 중 10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기업은 2만 6000곳, 200년은 4,000곳 있으며 지금까지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그렇게 오랜 기업 유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 이런 이유로 100년 전통을 넘어서는 기업 오너들의 경영 철학이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배움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1983년 동국전자를 재창업한 뒤 부품 업계는 완전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시작한 회사라 나는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기술력을 길렀는데, 경영면에서는 어떻게 보완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경영이 공부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기술만 갖추고 있다고 저절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CEO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변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번 사업의 패착은 인사였다. 아니 인사관리라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기술력은 갖춘 상태였고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지만 회사 경영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내 취약점이라고 여긴 재정 관리는 그에 걸맞은 인재를 스카우트해 전적으로 맡겼다. 하지만 그것을 체크하거나 관리하지 못했고,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되었다. ‘어떻게 조직을 관리해야 하나?’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일에 몰입하는 한편 이 조직이 커질 경우의 대비책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분리였다. 큰 그림의 경영이 버겁다면 잘게 쪼개서 운영하고 관리하면 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동국전자를 설립한 다음 해에 주식회사 가나안전자정밀을 설립하고, 몇 년 뒤 주식회사 성신하이텍을 설립했다. 또 거래처별로 구분해 취급하는 품목도 세분화·전문화했다. 예를 들어 가나안전자정밀의 경우 보온밥통의 TRS 등과 같은 정밀한 전자부품을 취급했고, 전기용품 제조업 허가를 받아 히터나 센서 등을 생산하고 취급하는 업계로 분리했으며 LG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성신하이텍은 삼성전자의 협력 회사로, 동국전자는 대우전자의 협력 회사로 조직을 갖추었다.
조직도 최소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의 조직은 피라미드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사원이 뭔가 일을 추진하면 그 위 직급으로 결재가 올라가 최종 컨펌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그나마 한 번에 오케이가 되면 모르겠지만, 알다시피 중간에서 몇 차례 제동이 걸리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간에 실수하기 일쑤였다.
대기업과 거래하다 보니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현장의 소리가 조직관리의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수직적 제도를 이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대신 수평적 조직 관리가 필요했다. 부장, 과장 등의 직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직책은 유지하되 최소한의 인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팀으로 묶어 팀에서 나오는 의견이나 방향은 회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