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변하지 않는 한국 언론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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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경사의 아동 학대 사건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첫째로, 서울 소재의 절에서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온 아동 학대에 대하여 방송사도 신문도 경찰도 관할공무원도 그 어떤 인권단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둘째로, 종교단체이기에 문제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변명이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아동 학대를 목격하고 관련 단체나 경찰이나 언론에 알렸는데도 아동 학대는 시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종교단체라서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는 종교가 권력화된 사례이다. 세상의 권력이 종교를 박해해서도 안 되겠지만, 종교가 권력화되어 사회에 큰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로, 무엇보다도 한국 언론의 보도 수준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방송 3사의 다큐 프로그램들이 모두 이 절의 문제의 여승을 미화하는 방송을 하였고 여기에 신문사들도 동조하였다. 언론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마를 천사로 미화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천사를 악마로 바꾸어버릴 수도 있음을 증명하였다. 언론은 오늘날에도 무관의 제왕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양심과 윤리와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공정하고 정직한 보도이다. 언론이 스스로 편을 가르거나, 보도 이전에 결론을 미리 내려버리거나, 권력의 시녀 노릇을 자처할 때 오보를 하게 된다. 그러면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고통을 볼 수 없게 된다.
넷째로, 사건 이후에도 늑장 수사에 범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었고, 불교계에서는 표적 수사, 종교 탄압, 기독교 단체의 모함 등을 주장하였으며, 아동학대 당사자인 여승은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호소문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언론은 이에 대한 따가운 매를 가하지 않았다.
진실 보도는 언론의 자존심이고 사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진실의 파수꾼이 되기를 진작 포기한 듯한 느낌이 든다. 수경사 사건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언론이 다룬 인물과 사건 중에 숱한 오류가 있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는 언론은 없었다. 언론의 무책임과 편향적 보도에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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