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이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유대인 인구는 세계 인구의 고작 0.2%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고, 경제계에서는 세계 500대 기업의 약 30%가 유대인 소유라고 한다. IT업계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모두 유대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대인들의 성공비결을 성경교육에서 찾는다. 특별히 유대인 사업가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성경에 기초한 독특한 비즈니스관에 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유대교 랍비 다니엘 라핀은 설명한다. 성경과 탈무드는 영적인 지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관한 풍부한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으며 비즈니스와 부에 관해 수천년에 걸친 유대교의 지혜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핀은 비즈니스란 각자 자신이 잘하는 일에 특화해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과정이고 비즈니스를 통해서 개인은 타인의 필요를 위해 봉사하고 모두가 부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즈니스는 단지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응해서 정직하고 근면하게 봉사하도록 명령을 받았고 비즈니스를 통해서 그 명령에 충실할 때 부와 풍요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유대인에게 비즈니스는 보람과 자부심의 원천이며 이러한 비즈니스관이야말로 사업적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 라핀의 주장이다.
구약성경의 이러한 경제생활의 원리가 중세까지는 기독교 세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상공업이 발전하면서 세속적인 직업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게 되었고, 루터와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가들에 의해 개혁교회에서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다. 칼빈의 직업관은 바로 이런 구약의 사상을 계승한 것으로서 소명으로서의 직업관이 확립되면서 근대 시장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칼빈에 따르면 부란 하나님의 은혜의 표시이다. 부자라고 해서 정죄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상업을 포함한 모든 직업은 신성한 영적 활동이다. 즉, 정직하고 근면하게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하나님의 소명이다. 직업은 이웃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활동이기 때문이다. 직업활동을 통해서 얻은 부는 하나님의 선물이므로 자신의 능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로서 재산과 물질을 사랑의 원리에 따라 정의롭게 사용하여야 한다.
칼빈의 직업관은 이후 개신교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고 적극적으로 정치, 경제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님 나라 구현을 목표로 하는 사회개혁사상으로 이어졌다. 개혁사상의 대표적인 인물이 네델란드 개혁교회의 아브라함 카이퍼 목사이자 정치가이다. 카이퍼는 칼빈의 개혁사상을 이어받아 개혁주의 신학과 교회를 부흥시켰을 뿐아니라 삶의 제 국면에서 기독교의 원리를 구현하는 개혁운동을 이끌어 19세기 말 네델란드 경제와 사회를 개혁하였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경제 규모로는 선진국에 이른 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직업윤리와 정신이다. 현대사회를 개혁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신적 힘은 기독교와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카이퍼와 같이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많이 나타나서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와 탐욕을 극복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사랑의 원리에 기초한 사회로 개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