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지구라트’(Ziggurat)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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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이 믿는 신(들)을 섬기는 것이었다. 메소포타미아의 최남부 지역, 수메르 지역에 정착해서 ‘도시 국가’를 형성한 ‘수메르 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도시 국가들마다 ‘수호신’이 있었고, 수호신을 섬기는 구역, 즉 성역(聖域)이 있었다. 그들은 성역의 중심부에 거대한 지구라트(Ziggurat)를 세웠다. ‘지구라트’를 ‘탑’이라고 번역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탑’과는 그 모양과 규모, 용도가 전혀 다르다.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를 다른 말로 번역하지 않고 ‘피라미드’라고 말하듯이, 수메르 지역의 도시 국가에서 세웠던 ‘지구라트’도 ‘탑’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지구라트’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구라트는 그 규모에 있어서 웅대한 구조물이다. 이미 언급한 바가 있으나, ‘우르’에서 발굴되어 복원된 지구라트는 전면의 길이가 60m나 되고 측면이 45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그 원형의 높이는 60m는 넘었을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추정한다. 바벨론 제국의 수도 바벨론에 세워졌던 지구라트는 고대 기록에 따르면 한 면이 100m에 이르고 높이도 거의 100m에 달했다고 한다. 실로 거대한 규모이다. 수메르 인들은 그 지역의 토양인 진흙으로 단단한 진흙 벽돌을 만들고, 이를 정교하게 높이 쌓고, 벽돌 사이에 시멘트 역할을 하는 역청을 발라 높은 지구라트를 쌓았다. 지구라트를 건립하는 것은 실로 대공사였을 것이다.

왜 그들은 힘들여 높은 지구라트를 쌓아 올렸을까? 지구라트의 용도와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한 마디로 지구라트는 신을 섬기는 신전이 있는 신전산(神殿山)이었다. 고대인들은 신(神)은 ‘높은 곳’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신을 섬기는 신전은 의례히 산이나 언덕과 같은 ‘높은 곳’에 세웠다.
희랍의 고대 도시들을 보면 ‘아크로폴리스’들이 있었다. 이 말은 아크로(acro, 높다, high)와 폴리스(polis, 도시)라는 희랍어의 합성어이다. 글자 그대로는 ‘높은 곳에 있는 도시’라는 말이다. 실제로는 ‘신전’이 세워져 있는 높은 지역을 의미했다. 아테네에는 유명한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아테네에만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 희랍의 큰 도시에는 으레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가 있었다. 그중에 아테네에 있는 것이 가장 유명할 뿐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는 고대 아테네 사람들이 섬기던 ‘아테나’ 여신의 신전이 있었다.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의 동편 높은 대지에 성전을 세웠고, 지금도 그곳을 ‘성전산’(Temple Mount)이라고 부른다.
지구라트 이야기로 돌아가서, 수메르 인들도 그들이 섬기는 신들을 위해서 신전을 지으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수메르 지역이 워낙 광대한 평야라서 신전을 지을 산다운 산이나 고지대가 없는 것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기발한 대안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인공적인 산’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지구라트’였다. 지구라트는 신전을 건축하기 위해 쌓아올린 ‘인공산’이었다. 진흙 벽돌을 쌓아올려 인공산을 만들고, 그 정상에 신전을 세웠다. 그리고 정상의 신전에서 도시 국가의 왕과 제사장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제의(祭儀)를 행했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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