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많으나 스승이 없고, 학생은 많으나 제자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스승으로 모시고 평생 가르침을 받고 싶은 분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행복하고 만족함이 있을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의 스승이 그립고, 단 한 명의 제자다운 제자가 아쉬운 시대입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선생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가르침을 주입하며, 제자들을 자기 하수인으로 만들어 욕심을 채우는 선생 아닌 선생들도 있습니다. 지식은 최첨단이지만 인격은 아름답지 못하여 멀리하고 싶은 선생도 널려 있습니다. 자신이 모든 지식의 기준인 양 자랑하며 다른 사람들을 한 수 아래로 깔보는 인간들도 수두룩합니다.
점점 어두워가는 이 사회에 빛과 같은 스승이 보이지 않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내리막길로 빠져드는 한국교회에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가르침을 받을 스승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이 없기에 각자도생의 길에서 헤매는 목회자와 교인들을 통솔하고 인도할 스승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물가물한 거리의 먼발치에서 박창환 학장님이 계시기에 한국교회는 든든하였고, 위로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어려운 목회와 신학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눈물을 흘릴 때도, 학장님의 살아계신다는 존재감 때문에 견디고, 그 가르침 때문에 바른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리도 불현듯 우리 곁을 떠나가 버리시면, 우리는 어찌하란 말입니까! 자식이 부모를 잃은 듯, 스승을 잃은 제자의 마음이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박창환 학장님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스승이셨습니다. 그 누구도 싫어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모두가 존경하고 머리를 숙이고 싶은 참다운 스승이셨습니다. 스승님은 학장의 자리에 계실 때에도 언제나 낮은 마음으로 후배를 만나고 대화하셨습니다. 스승님은 수업 시간에는 대쪽 같은 선비로 가르치셨지만, 개인적인 만남 속에는 훈훈한 옆집 아저씨의 인격으로 상하를 구분 없이 대하셨습니다. 스승님은 학자로서 굉장한 연구와 저서를 남기지는 않으셨지만, 한국교회와 목사들의 빛나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박창환 학장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 가르침을 가슴에 담고 살겠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시면서도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스승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