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와 감염병은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한때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은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아니 3차 유행이다. 그동안 우리는 학교와 직장, 가정 등 모든 면에서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언컨택트’와 ‘뉴노멀’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료진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 많은 노력의 중심에 언제나 ‘인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코로나19 대응 조치들을 둘러보면, 확진자, 확진 의심자, 접촉자, 소외 계층, 취약 계층 등의 인권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모든 단계에서 이들의 인권은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혹은 잠재 접촉자의 인권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때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 72주년을 맞이한다. 12월 6일은 인권주일이며 6일부터 12일까지는 인권주간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방역을 할 때 우리는 어떤 인권을 고려해야 할까?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까?
국제 앰네스티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장되어야 할 인권과 방역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건강권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다. 거의 모든 국가는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긴 국제인권 조약을 비준한 상태다. 때문에 국가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예방, 치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내 보건의료 용품, 시설, 서비스, 향후 나오게 될 백신 및 치료제,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물과 위생 등을 충분하게 제공하고 취약계층,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두가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정보 접근권이다. 보건의료 관련 정보 역시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이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병에 감염되었을 때 어떠한 예방법, 관리법이 있는지, 향후 어떠한 조치를 더할 것인지 등을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권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건강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는 ‘일하는 삶’도 포함된다. 격리 조치, 공공집회 제한 등, 공중 보건을 위한 조치는 사람들의 일할 권리와 근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정규직,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 저소득층, 비공식 부문 노동자 등은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직장을 잃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낙인과 차별 방지다. 코로나19 때문에 특정 국가 소속 혹은 인종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향한 차별과 낙인이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계 사람들이 괴롭힘이나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고, 일부는 신체적 부상을 입기도 했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는 국제법에 따라 보장되는, 모든 인권 행사에 적용되는 원칙이며 공통의 의무다. 정부는 건강 상태가 누군가의 인권을 제약하지 않도록 하고. 이러한 낙인, 차별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인권은 격리 조치는 감염병에 노출되거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격리 조치를 시행할 때에는 정당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공공복지의 증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어야만 한다. 나아가 격리 대상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생활에 대한 결정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여행 금지 역시 이동권과 관련된 방역 조치다.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 공중보건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여행 금지 및 제한 조치가 충분히 정당성이 있을 때, 국가는 이동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둘 수 있다.
지면상 언급을 다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이 고통의 터널이 지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지 못하고 이웃을 돌보지 못한 죄를 회개하면서 인권존중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장헌권 목사
<광주서정교회·본 교단 총회 전 인권위원장·광주교회협의회(NCC)인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