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성경 문제를 풀어보자. 구약시대 유다 왕국은 어느 나라 군대에게 멸망당했나? 유다 왕국이 멸망한 후, 유대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간 곳은 어디인가?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느부갓네살 왕은 어떤 종족 출신인가?
두 문제는 누구나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군대는 ‘바벨론 제국의 군대’이고, 유다 백성이 포로로 잡혀간 곳은 ‘바벨론 땅’이다. (그래서 ‘바벨론 포로’이다.) 마지막 질문, 느부갓네살 왕의 종족에 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구약의 열왕기와 예언서들을 보면 (특히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서) ‘바벨론 군대’나 ‘바벨론 땅’이라고 하지 않고 ‘갈대아 군대’ ‘갈대아 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먼저, 열왕기하의 예루살렘과 유다 왕국의 마지막 날들의 기록을 읽어본다.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이 이끄는 ‘갈대아 사람’(즉 갈대아 군인)이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왕하 25:4) 1년 반에 걸친 포위 공격 끝에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직전, 유다의 시드기야 왕은 왕자들과 함께 성을 빠져나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하고 ‘갈대아 군사’들에게 붙잡혀 바벨론 왕 앞에 끌려왔다. “갈대아 군사가 그 왕(=시드기야 왕)을 뒤쫓아 가서… 그를 따라잡으며… ‘갈대아 군사’가 왕을 잡아 바벨론 왕에게로 끌고 가매….” (25:5-6) 결국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지고 함락되고 말았다. “갈대아 온 군대가 예루살렘 주위의 성벽을 헐었으며….” (25:10)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성전에서 사용하던 기물들은 모두 전리품으로 바벨론으로 옮겨갔다. “갈대아 사람이 여호와의 성전의 두 놋기 등과 받침들과… 금으로 만든 것이나 은으로 만든 것이나 모두 가져갔으며….” (25:13-15)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과정을 친히 목도했던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을 공격해 온 바벨론 군대를 ‘갈대아인들’이라고 부르면서 예루살렘이 ‘갈대아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너희가 갈대아인과 싸울지라도 승리하지 못하리라”고 하면서 ‘갈대아인’에게 항복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역설했다. (32:4; 38:2 등) 그 때문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많은 고초를 당했다. 예레미야는 유다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간 땅을 ‘갈대아인의 땅’이라고도 했다. (24:5)
바벨론의 포로의 땅에서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은 에스겔도 그가 소명 받은 곳을 ‘갈대아 땅’의 그발 강가라고 했다. (겔 1:3) 그리고 포로민들을 ‘갈대아에 있는 사로잡힌 자’들이라고 불렀다. (겔 11:24) 또한 바벨론을 ‘갈대아 땅’이라고 했다. (12:13)
이사야는 바벨론 제국의 수도 바벨론을 ‘갈대아 사람의 자랑’이라고 했다. (사 13:19) 에스라서는 느부갓네살 왕의 종족에 관해서 ‘갈대아 사람’이라고 명기했고 (에스라 5:12), 다니엘서는 제국의 마지막 왕 벨사살을 ‘갈대아 왕’ 벨사살이라고 호칭했다. (단 5:30)
갈대아와 관련하여 익숙한 말은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이다. 그러면 ‘갈대아 땅’(Land of Chaldea) ‘갈대아 사람’(Chaldeans)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또 바벨론 땅이나 그곳의 사람들은 왜, 그리고 언제부터 ‘갈대아 땅’ ‘갈대아 사람’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박준서 교수<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