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아들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의 눈은 짓물러서 항상 껌뻑거렸고 그가 음식을 먹을 때면 손이 떨리고 힘이 없어 음식이 온 상에 흐트러지기 일쑤였으며 입가에는 음식이 항상 붙어 있었습니다.
참다못한 며느리가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아버님 앞에서는 더러워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없어요.” 그날 밤 부부는 서로 심각하게 의논을 한 끝에 다음날부터는 아버지를 따로 부엌 귀퉁이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릇이 아니라 음식물이 흩어지지 않게 커다란 뚝배기에 담아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손이 너무 떨려서 그만 뚝배기마저 부엌 바닥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며느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이제부터는 밥을 구유에 담아 드려야겠어요.”
며느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의 여물통같이 길고 커다란 구유를 만들어 그 속에 아버지의 음식을 담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부부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노는 것을 보니 어디서 주워왔는지 나무쪽을 들고서 무엇인지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얘, 너 무얼 하고 있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구유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야 이 다음에 아빠 엄마가 늙으면 여기에 밥을 담아 드릴 수 있을 게 아니에요?” 부부는 어린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다음날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늙은 아버지께 사과하고 다시금 방안의 식탁으로 모시고 와 온 가족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김철수 장로
<작가 • 함평은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