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분명히 교회에게 큰 시련을 주고 있지만 교회의 공적 역할, 즉 교회의 공공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 교회 내적 중심의 봉사에서 벗어나 이웃과 연대하여 지역사회를 섬기는 신앙공동체로 교회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회가 교회에게 급진적인 섬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10개월여 동안 적지 않은 교회들은 공교회 의식을 가지고 코로나 이전 보다 풍성한 섬김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안동교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 틈새 봉사를 계속해서 감당하고 있다. 이전에도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힘써왔지만 코로나19는 교회가 새로운 봉사의 장(場)을 발굴하여 힘쓸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다음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안동교회가 행한 새로운 섬김의 현장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월 27일 안동시를 방문하여 취약계층을 위한 방역지원금을 전달했다. 3월 10일에는 지역의 몇 개 복지기관과 중·고등학교에 손세정제를 공급했다. 3월 18일에는 지역 코로나 전담병원의 의료진과 직원에게 점심 식사 두 끼를 지원하여 이들을 격려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상가들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던 차에 교회 소유 건물 입주자들의 월세를 절감하는 결정을 내려 4월부터 입주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다. 6월 들어 방역도구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역의 작은 75개 교회들을 위해 비접촉식 체온계를 구입해 보냈다.
7월에는 시내 4개 미션스쿨 중·고등학교로부터 12명의 장학생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했다. 8월 말에는 교회의 미래 지도자를 길러내는 대구의 신학대학교에 학년 당 2명씩 총 6명에게 2020년 2학기 장학금을 보냈다. 9월 24일에는 안동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은 선물을 전달했다. 10월 17일에는 시내 12개 고등학교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1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12월 17일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성탄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노인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할 계획으로 있다. 이 모든 후원은 상대방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교회가 자치단체처럼 큰 금액으로 도울 수는 없지만 꼭 필요로 하는 기관과 사람 등 후원대상을 찾아 빈틈 봉사, 틈새 후원을 행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교회가 전통적인 교회의 사역에 익숙한 구심력(求心力) 중심의 신앙공동체였다면, 코로나 이후 교회는 교회 담을 넘어 교회의 공적 역할을 감당하는 원심력(遠心力) 중심의 신앙공동체로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교회는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의 벗이 되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교회가 이 사명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 임하길 기도하고 있다.
김승학 목사
<안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