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우리는 혼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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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우리는 혼자인가(Are we alone?)라는 것이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생명은 과연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고도의 지능과 의식을 가진 존재는 이 우주에서 인간이 유일한가?
우리 인류는 아직 지구 밖의 생명체를 만나지 못했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성에 1960년대부터 수많은 탐사선을 보내 조사했지만 아직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화성이 아닌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천문학 관측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태양계 밖의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계 밖의 항성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항성 주위의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1992년 최초로 외계행성이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약 4천 개의 행성이 확인되고 있다. 그중 하나인 글리제 581d는 지구와 같이 암석과 물과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 다.

그럼 이 우주에는 이런 지구형 행성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이론적으로 하나의 은하계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는데 그런 은하계가 또 수천억 개가 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므로 지구와 같이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수천억 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드레이크라는 과학자는 복잡한 방정식을 이용해서 인간과 교신 가능한 지적 생명체가 우리 은하계에만 수천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사실 지구가 유별나게 독특한 것이 아니라면 이 우주에는 생명이 넘쳐나고 지적생명체가 건설한 수많은 문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한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대표적이다.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외계문명이 보내오는 전파신호를 포착하려는 SETI 프로젝트도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무언가 좀 이상한 점이 있지 않은가? 정말 그렇게 생명이 우주에 넘쳐난다면 그리고 우주의 역사가 138억년이나 되는 반면 우리 문명의 역사가 겨우 일 만년 정도라고 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이 존재해서 벌써 지구를 방문했어야 하지 않을까? 일찍이 이런 의문을 품은 물리학자 페르미의 이름을 따서 이것을 페르미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기물로부터 생명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우연히 합성될 확률은 10의 164승 분의 일이라는 계산도 있다. 이 확률이 얼마나 낮은가 하면, 앞에서 계산한 것처럼 지구형 행성이 수없이 많더라도 우주의 탄생 이후 생명이 탄생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물며 지적인 생명체의 존재 확률은 더 작을 것이다.

어느 주장이 옳은 것으로 판명되든지 생명의 존재는 신비할 따름이다. 이 우주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그 사실을 의식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의 합리적 추론을 훨씬 넘어서는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 그 자체가 아닐까. 코로나바이러스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맑은 밤하늘과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과연 이 우주에서 혼자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참으로 축복받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행복한 상념에 빠져 본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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