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발소에 “내일은 공짜로 이발을 해 드립니다”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알림판을 본 사람 중에 공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이발을 하러 왔다가 하루만 지나면 공짜라는 말에 그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이발소로 찾아 와서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눈 뒤 이발을 했습니다. 이발을 다 마친 후 이발소 주인에게 감사하다며 그냥 나오려는데 이발사는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손님, 이발 요금은 9천원입니다.” 깜짝 놀란 손님이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발을 공짜로 해 준다고 해서 어제 왔다가 다시 집에 돌아가 다시 오늘 왔는데 돈을 내라고 합니까?”
그러자 이발사는 태연스럽게 말했습니다. “어디에 오늘은 이발을 공짜로 해 드린다고 써져 있습니까?” 손님은 이발사의 손을 잡은 채 이발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더니 유리창에 써 있는 글씨를 가리켰습니다. “여기 보세요. 분명 여기 내일은 공짜라고 써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런데 어디 오늘 공짜라고 써 있습니까? 내일은 공짜로 해드린다고 써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어안이 벙벙한 손님은 “나는 이 알림판을 어제 읽어보고 하루를 기다렸다가 오늘 다시 온 것입니다.” 그러자 이발사는 다시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분명 오늘은 내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언제 오면 공짜입니까?” “내일이지요. 오늘은 공짜가 아니니 돈을 받습니다.” 손님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내일은 나의 날도 아니고 손님의 날도 아닙니다. 단지 오늘만이, 지금 이 순간만이 나의 것이요 손님의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저와 손님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철수 장로
<작가 • 함평은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