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4년 11월 2일에 실시된 미국의 대선은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끝이 났다. 부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존 케리를 선거인단 수에서 286 대 251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대통령이자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를 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당시 대부분의 미국 국민이 거의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민주당 편을 드는 메인스트림 미디어는 거의 케리가 이기는 것처럼 연일 예상 보도를 하였고, 부시는 거의 미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해 갔다. 부시는 악당이고 케리는 조금 덜 악당인 것처럼 몰고 갔다. 이라크 전쟁은 거의 용서받을 수 없는 악랄한 전쟁이었고 민주 시민이라면 도저히 부시의 편을 들 수는 없는 것이라는 항변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언론들 중 상당수가 미국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를 따라 했다는 데 있다.
심지어는 개표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부시의 재선이 확실시되자, 우리나라의 모 TV 방송에서는 미국의 선거 제도가 문제가 많다는 대담을 하는가 하면, 다른 방송에서는 선거에 앞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3분의 2 이상이 부시보다 케리의 당선을 원한다고 대답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당시에 부시가 되든 케리가 되든 상관없었다. 문제는 미국 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이데올로기 편향적인 보도 자세였다. 언론의 제일가는 생명은 공정성이다. 언론은 국민 모두의 공기(公器)이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사실에 가장 가깝게 보도하는 언론이 좋은 언론이다. 그런데도 당시 일부 언론은 미국 선거 후에도 계속하여 부시의 재선 이후 미국민 중 캐나다로 이민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둥, 우리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제목을 오늘의 주요 뉴스로 올리고 있었다.
이제 미국 대선이 끝났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가에 대해 우리가 할 말은 없다. 중요한 것은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도 한국 언론의 미국 대선 후보자에 대한 편파적 보도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언론은 미국 언론의 아바타 같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의 언론은 어디나 뉴스가 똑같다. 북한에는 채널을 켜는 자유만 있고, 한국에는 채널을 돌리는 자유가 있을 뿐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