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는 또 다른 최초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제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해도 뭔가 시도하는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것, 처음으로 기술을 다른 분야와 접목하는 것 모두 최초가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도전은 언젠가 우리만의 시장을 형성해 주리라 믿는다.
3최 중 다른 하나는 ‘최고’이다. 이 최고라는 기준은 모호하긴 하지만 어차피 동종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한다면 부품 업체 중에 가장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890년대 들어서면서 기술력이 급성장함에 따라 부품 국산화 기술은 원천 기술의 개념도 모호해졌다. 인력 이동도 잦아지면서 엔지니어들의 기술력 또한 비등해졌다. 그렇다면 회사 차원의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신속함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기업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기업 철학이 ‘완벽보다 실행이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직원들로 하여금 완벽을 추구하느라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지양하고, 무조건 실행해보고 그 속에서 방향을 찾게끔 한다고 한다. 이런 자유와 실행이 오늘의 페이스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낸 신속함이란 프로세스의 신속함이었다. 주문을 받은 시점부터 납품할 때까지 기간을 최소화하여 남들보다 빠르게 출고할 수 있다는 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간편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생산 개발 과정과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 단계를 거치는 공정을 2단계 또는 2.5단계로 단축하면 절대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수주에서 출고에 이르기까지 행정과정을 최대한 축소하는 일도 신속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행정 업무 폼을 간단명료하게 만들어 통일했고 행정상 지연을 최대한 막았다. 이러한 노력이 합해져 우리 기업은 업계에서 신속함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지금도 신속함으로는 최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
3최 중 마지막은 ‘최장’이다. 재벌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기업 중 100년 역사를 넘긴 기업은 7개 기업뿐이다. 반면 도쿄 상공회의소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일본에는 창업 100년이 넘는 회사가 전국 1만 5,207개, 개인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5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의 역사가 짧은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기업이 장수할 풍토가 덜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더욱 어렵다. 한국중소기업의 70퍼센트는 대기업과 관련이 있는데 고용의 98퍼센트를 중소기업이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한 대기업에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 중소기업에 수십 개의 소기업이, 그 소기업에 수 개의 자영업, 영세기업이 연계되어 있어서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낭패를 보는 구조다. 그러니 고용 문제도 하부구조인 중소기업에서 떠안고 있는 것이다.
강국창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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