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운행을 시작한지 거의 반세기가 지나면서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등 광역시에 도시철도가 건설되어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울산시도 곧 착공한다. 그보다도 역사가 긴 버스는 전국의 모든 마을과 마을, 시와 군을 연결하며 국토의 모세혈관 기능을 한다. 이들을 일컬어 대중교통이라 부른다.
서울에서는 하루에 대략 전 인구와 맞먹는 연인원 1천만 명이 전철을 이용하고 시내버스, 광역버스, 마을버스 등은 도합 5백만 명을 매일 실어 나른다고 한다.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남녀노소, 한국인과 외국인이 아무 거리낌 없이 좁은 공간을 공유한다. 출퇴근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 내내 낯선 사람들이 좌석에 나란히 앉아가고 차가 급정거라도 하게 되면 서로 몸을 부딪는다. 단 몇십 분 동안이지만 승객들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간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대중교통에 올라있는 동안 마스크를 쓰고 우연히 만난 이웃과의 사이에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고자 힘써왔다. 차내 방송은 쉬지 않고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중교통에서의 감염은 매일 수백 명에 이르는 확진자 발생 원인의 하나로 거론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20퍼센트 가까이 되고 그중 일부는 대중교통 이용 중에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수 있다.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입을 열어 누구와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근거리에서 완전한 차단이 보장될 수 없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이 있더라도 언제 어디를 가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전파가 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밀집, 밀접, 밀폐의 조건이 가장 좋지 않은 대중교통을 막지 않고 그것을 통한 확진자 숫자도 내놓지 못하면서 교회와 여러 가지 사업장에 대하여는 최대한의 제한을 가하는데 대하여 많은 불만과 항의가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한 몇 교회에는 임시폐쇄「명령」을 내리고 수도권 교회들은 등록 인원의 10분의 1만 모여 예배 드리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대중교통의 운행 상황과 견주어보면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식당, 학원, 각종 오락시설들은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태세이다.
러시아워의 대중교통 혼잡상을 잘 아는 당국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를 전면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전철과 버스가 우리 사회의 생존 자체와 분리될 수 없는 필수적 기능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성령과 교통하는 예배는 교회 존립의 알파와 오메가이므로 국가권력이 어떠한 이유로도 이를 막을 수 없다. 교회가 당국의 수적 지침에 순응하는 것은 길게 잡더라도 금년 이내에 감염병이 물러가고 사회가 정상화되리라는 믿음을 갖기에 일시적인 「비대면 예배」를 감내하는 것일 뿐이다.
대중교통 운행을 어찌하지 못하는 당국이 교회의 예배에 대하여 참가 인원수를 제한하는 것은 예배의 의미를 바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방역을 위하여 정부가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준칙을 양식 있는 교인들이 스스로 따르면 되는데 10%다 20%다 정하며 인원「단속」까지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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